탄도미사일 발사·리용호 ARF 불참 통보… 더 멀어진 북·미 대화

입력 2019-07-26 04:04
리용호 북한 외무상. 연합뉴스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다음 달 1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던 북·미 고위급 회담도 북측 불참 통보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북·미 실무협상은 다음 달에도 재개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 이후 보인 군사적 움직임은 북·미 대화의 판 자체를 깰 정도로 파괴력이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23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가 가능한 신형 잠수함을 공개한 것과 25일 새로운 형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저강도 도발’로 평가된다. 미국 내 여론에 따라 북·미 실무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의 지난 5월 미사일 발사가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대응하면서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줬다”며 “북한의 지속적인 미사일 도발 때문에 북한과의 대화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다음 달로 예정된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CPX)을 중단하라고 한·미를 압박하고 있는 것도 실무협상의 조속한 재개 전망을 어둡게 한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실무협상이 8월 초에 열리면 이르면 9월에 북·미 정상회담을 기대해볼 수도 있었다”며 “북한이 CPX를 문제삼고 있는 만큼 실무협상은 일러야 9월에나 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북·미 실무협상이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태국에서의 북·미 고위급 회담 개최도 불발됐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최근 ARF 주최 측에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그동안 ARF에 거의 빠짐없이 외무상을 보내왔기 때문에 리 외무상의 불참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리 외무상은 지난해 ARF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함께 참여했기 때문에 올해 두 장관이 다시 만나 북·미 대화 재개의 물꼬를 틀 수도 있겠다는 전망이 제기됐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리 외무상을 ARF에 보내지 않기로 한 것은 아직은 폼페이오 장관과 마주앉아 할 얘기가 없다는 뜻”이라며 “북한 내부에서 비핵화 로드맵과 체제안전 보장 등 협상 의제에 관한 정리가 끝나지 않아 치밀하게 계산된 저강도 도발로 시간 벌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최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