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법 개정에서도 ‘고소득층 증세’ ‘부동산 과세 정상화’ ‘공정거래’라는 흐름은 계속 이어진다. ‘조세 형평성’이라는 큰 틀을 유지하는 동시에 세수도 늘리기 위한 전략이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2019년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개정안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고소득층 증세 기조 강화다. 대표적으로 근로소득공제 한도(2000만원)를 새롭게 만들었다. 고소득자로부터 세금을 더 걷겠다는 취지다. 내년 1월 1일 이후 발생하는 소득분부터 한도를 적용한다. 현재는 총급여액이 1억원을 초과하면 2%, 4500만~1억원이면 5%, 1500만~4500만원이면 15%를 소득공제해주고 있다. 소득이 많을수록 공제 비율이 줄어든다. 하지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총액의 한도가 따로 없어 고소득자일수록 소득공제를 많이 받아 과세 형평성이 떨어지는 한계를 안고 있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근로소득공제 외에도 의료비, 교육비, 보험료 등 다양한 소득공제 및 세액공제를 운용하고 있다. 과세 형평을 위해 소득 간 인위적인 세 부담 조정을 축소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소득공제한도를 설정하고 있는 일본 프랑스 사례를 참고해 2000만원의 한도를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급여소득공제 한도를 220만엔(2020년부터 195만엔), 프랑스는 1만2183유로로 설정하고 있다.
공제 한도(2000만원)를 다 채우려면 총급여가 3억6250만원이어야 한다. 총급여 3억6250만원 이상인 고소득자는 내년부터 세 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 총급여가 5억원일 때 현재 기준으로 2275만원을 공제받지만, 내년부터 한도액인 2000만원까지만 공제를 받고 나머지 275만원은 과세 대상이 된다. 한계세율 40%를 적용하면 110만원의 세금을 새로 내야 한다. 기재부는 약 2만1000명(2017년 귀속 기준)이 세 부담이 늘 것으로 추산한다. 전체 근로소득자 1800만명 중 약 0.11%다. 고소득자 증세에 따른 세수 증가분은 매년 640억원에 달한다.
기업 임원의 퇴직소득 과세도 강화한다. 퇴직소득 한도를 계산할 때 적용하는 지급배수를 3배에서 2배로 낮춘다. 퇴직금에 부과되는 세금이 근로소득세보다 낮아 퇴직금이 조세회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걸 막자는 취지다. 기재부는 연간 360억원의 세수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고가 주택을 정조준해 부동산 과세 정상화를 추진한다. 2022년부터 실거래가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겸용주택(한 건물에 주택과 상가 등이 함께 존재하는 주택)의 경우 주택, 상가를 구분해 과세한다. 그동안 주택 연면적이 주택 외 부분의 연면적보다 크면, 겸용주택 전부를 주택으로 보고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을 줬다. 하지만 앞으로 실제 주택 부분만 주택으로 간주한다. 그동안 비과세였던 1가구 1주택 부수토지 범위도 축소한다. 수도권 도시지역의 경우 기존 ‘주택 정착면적의 5배’에서 ‘3배’로 줄인다.
구체적으로 주택(85.7㎡)이 상가(77.1㎡)보다 규모가 큰 10년 이상 보유 겸용주택(총 162.8㎡·실거래가 38억원)을 양도하면 현행 세법에서는 양도소득세를 1억6100만원 내면 된다. 건물 전체를 주택으로 보고 9억원 초과분에 해당하는 양도차익에 80%의 자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한 것이다. 이 겸용주택을 2022년에 같은 조건으로 양도하면 양도소득세는 4억300만원으로 2.5배 는다. 9억원 초과분 중 주택에만 비과세(7억3200만원)를 적용한다. 기재부는 이번 세법 개정으로 고가 겸용주택 약 1만채가 새로 과세대상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여기에다 기재부는 임대사업자에게 주는 세제 혜택의 기간(올해 말에서 2022년 12월 31일까지로 연장)을 늘리되 혜택의 폭을 줄이기로 했다. 2021년부터 현행 30%(임대기간 4년), 75%(8년 이상)인 소형 주택임대사업자(전용면적 85㎡·기준시가 6억원 이하)의 세액감면율을 각각 20%, 50%로 낮춘다.
조세를 통한 사회안전망 강화에도 나선다. 내년부터 일을 하는 저소득층(중위소득 65~100% 이하)의 근로장려금 최소지급액을 현재 3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린다. 월급 외 수당 등에 대한 비과세 대상자도 늘어난다. 현재 월급 210만원 혹은 총급여 2500만원 이하 생산직 근로자가 받는 야간근로수당은 연 240만원 한도로 비과세다. 내년부터는 총급여 3000만원 이하까지로 범위를 확대한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만기가 되면 연금계좌로 바꿀 수도 있게 된다. 연금계좌의 세액공제 대상 납입한도는 최대 300만원 늘어나고, 퇴직연금 수령 기간이 10년을 넘으면 추가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한편 공정경제 확산을 위한 세제 지원을 강화한다. 우선 기부 활성화를 위해 기부금 공제 순서를 바꾼다. 기존에는 각 사업연도(과세기간)에 지출한 기부금을 먼저 공제하고 남은 한도 내에서 이월 기부금을 공제했다. 내년부터는 이월된 기부금을 먼저 공제하고 남은 한도 내에서 각 사업연도에 지출한 기부금을 공제한다.
공익법인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의무지출 대상도 현재 110개의 성실공익법인에서 자산 5억원 이상 또는 수입금액 3억원 이상(종교법인 제외) 일반 공익법인으로 확대한다. 수익사업용 자산의 1%를 공익목적 사업에 반드시 써야 한다. 위반 시 미달 사용액의 10%를 가산세로 내야 한다. 의무공시 대상도 모든 공익법인으로 범위를 넓힌다.
지주회사 설립이나 전환을 위해 주식을 현물출자할 때 생기는 양도차익 과세 방식도 2022년부터 분할납부로 바뀐다. 현재 과세이연 방식은 무기한 과세를 미룰 수 있어 혜택이 지나치다는 지적에 따른 개선책이다. 중견기업들이 지주회사 설립·전환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