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대 초반까지 떨어지자 정부가 경기 방어를 위해 한시적으로 기업의 세금을 깎아주는 카드를 꺼냈다. 문재인정부의 기업 세금 감면 조치는 이례적이다. 그동안 대기업·고소득층 증세, 각종 세금 감면 제도 정비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경기가 추락하자 대기업에도 ‘한시적’으로 세금을 깎아주는 특단의 대책을 꺼낸 셈이다.
이에 따라 2년 연속 ‘세수 감소’ 세법 개정이 추진된다. 증세와 감세 결과를 가져오는 100여개 세금 제도를 변경해 전체 세수효과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와 비교해 향후 5년간 4680억원의 세금 수입이 감소한다. 지난해(-12조6018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적자’ 세법 개정이다. 세금 감면 규모가 큰 대상이 지난해엔 ‘저소득층’, 올해는 ‘기업’이다.
기획재정부는 25일 ‘2019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향후 5년간 순액법으로 37억원, 누적법으로 -4680억원 세금 수입에 변화가 있다고 밝혔다. 순액법은 직전 연도 대비 증감분을, 누적법은 올해 대비 연도별 증감분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올해 세법 개정은 6개월, 1년 등 ‘한시적’인 게 많다. 세수효과의 누적을 나타내는 누적법을 살펴보면 올해 세법 개정은 ‘적자’를 기록한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수입이 감소하는 세금 제도 개편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원인은 다르다. 지난해 세법 개정은 오는 2023년까지 5년간 12조6018억원(누적법)의 세수를 감소시킨다.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영향이 컸다. 저소득 가구에 세금 환급 규모를 늘리면서 세법 개정의 총 세수효과가 ‘감소’를 찍었다.
반면 올해 세법 개정의 세수 감소효과를 가져온 건 ‘기업’이다. 정부는 투자 부진으로 내수가 가라앉자 관련 공제율을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기업의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내년부터 1년간 대기업은 1% 포인트, 중견기업은 2% 포인트, 중소기업은 3% 포인트 높아진다. 의약품 제조 첨단 설비 및 물류산업 첨단 설비도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 대상에 추가된다.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이 제도로 정부의 세수는 2021년까지 5320억원이나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세수 감소에 가장 큰 비중이다.
기업의 투자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가속상각제도도 확대한다. 초기 투자 단계에서 법인세 납부 연기 혜택을 주는 것이다. 설비투자자산 가속상각특례 적용 기한을 6개월 연장하고, 대기업 가속상각특례 적용 대상에 생산성 향상, 에너지 절약 시설을 한시적으로 추가한다. 대기업도 최대 30% 공제받을 수 있는 신성장과 원천기술의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대상에 시스템반도체 등을 넣는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신성장기술 세제 혜택 확대책도 조만간 발표할 방침이다.
다만 고소득층 증세, 부동산 세제 정상화는 계속 추진한다. 내년부터 근로소득이 3억6250만원을 초과하는 근로자 약 2만1000명의 경우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정부는 근로소득공제를 최대 2000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도록 한도를 신설했다. 실거래가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의 겸용주택(주택+상가)을 보유한 사람들도 세 부담이 증가한다. 주택과 상가를 구분해 ‘주택’ 부분만 1가구 1주택 비과세를 적용한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