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너희들이 크면 비행기로 세계를 누빌 것이니 꿈을 크게 가져라”고 하셨다. 남달리 영어에 주력해 고등학교 때는 학교 최고의 실력을 지녔다. 해외연수만 꿈꾸며 대학 생활을 했지만 아버지 사업 부도로 졸업 전 취직을 하고 1년간 돈을 모아 호주로 떠났다. 수영장이 있는 예쁜 이층집에 홈스테이를 한 호주의 6개월은 내 시선을 완전히 바꾸었다. 이국 친구들과 파티를 즐기고, 우아한 디너 크루즈도 다녔다. 길거리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 한 잔 마시는 모습에 넋을 잃으며 반드시 이런 곳에서 한 번 멋지게 살리라는 꿈만 꾸었다.
통역사로 그 꿈을 이루려고 통역대학원을 준비했다. 1년간 돈도 많이 들였지만 시험에 불합격하고 외국계 기업에 취업했다. 그런데 막상 입사하니 해외에 나갈 기회가 거의 없어 한 달에 40만원씩 들여 유학준비 학원에 다녔다. 회사 근무에 공부에 점점 몸과 마음이 지쳐갈 때 남자를 만났다. 그는 첫 만남부터 내게 복음을 전하며 평생 이 길을 함께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갈 길이 달라 다시는 안 만나려고 했지만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복음을 전하는 모습에서 진실함을 읽었다. 외모도 조건도 내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결국 결혼을 했다.
결혼 후 남편을 따라 한마음 교회에 왔다. 로마서 1장 28절의 ‘하나님을 마음에 두기 싫어한다’는 말씀이 늘 마음에 걸렸지만 여전히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았다. 영접 기도도 하고, 간증문도 썼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결국 교회에서 마음이 떠나며 발을 끊고 이민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편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한국과는 삶의 질이 다르다. 정말 멋지고 여유롭게 살 수 있다. 외국에서 복음을 전하면 더 좋지 않냐?’ 나의 설득은 집요했다. 400만원을 들여 서류 수속을 했고 남편의 영어 실력을 위해 강남 부근으로 이사도 감행했다.
그런데 남편은 우리 부부의 신앙이 확실치 않고, 교회 공동체를 떠나 이민을 갈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때부터 최악의 부부싸움이 시작됐다. 어느 날 스스로 마음을 추스르려고 무심히 책장의 신앙 서적 하나를 꺼냈다. 그 책 주인공의 ‘나는 그동안 뭘 위해 살아왔나?’는 말이 가슴에 딱 박히며 밤새 울었다. 그리고 남편에게 진심으로 예수님 믿고 싶다고, 교회에 다시 가고 싶다고 했다. 뜨거운 예배와 기쁨에 찬 교회 사람들이 너무 그리웠다.
그때부터 부르짖어 기도하며 목사님 말씀에 집중했다. ‘본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되 아버지 품속에 있는 독생하신 하나님이 나타내셨느니라’는 말씀을 부목사님이 찾아 주실 때 나는 깜짝 놀랐다. 독생하신 하나님은 바로 예수님이셨다. 구약의 예언과 예수님의 출생과 생애, 죽음과 부활까지 비치며 이 사실이 너무나 정확해졌다. 그렇게 나는 하나님께서 주신 부활의 표적을 확증하고 예수님을 나의 주, 나의 하나님으로 영접했다.
천국은 외국이 아니라 예수님과 함께 하는 곳이었다. 남편과 말씀만 나눠도 매일 집, 회사, 교회만 왔다 갔다 해도 기쁨이 넘쳤다. 집을 오픈해 매일 예배가 드려졌고, 영혼을 섬기고 기도하는 생활이 내 삶의 전부가 됐다. 외국 삶에 대한 동경도 한순간에 사라졌고 영어 실력은 교회에서 간증이나 자료 번역하는 일에 쓰임 받게 됐다.
호주에서 만났던 친구들이 한국에 왔을 때 영어 전도지로 ‘Jesus resurrected to be your Lord!(예수님이 부활하셨다)’ 하며 복음을 전했고, 성경을 천지창조부터 믿을 수가 없다던 친구에게 복음을 전해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게 했다. 의식이 혼미한 요양병원에 계신 할머니는 글로 써서 보여준 복음을 손으로 응답하며 받아들였다. 만약 예수님을 못 만났다면 이 나라 저 나라 돌아다니며 한 번뿐인 인생을 다 허비했겠다는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영원한 천국의 삶으로 인도해 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강민경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