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일본 고노 외상 만나 한·일 갈등 중재 의사 없다”

입력 2019-07-24 21:16
존 볼턴(왼쪽)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지난 22일 일본 도쿄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만나 악수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일본 방문 중 한·일 갈등을 적극적으로 중재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발언 맥락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미국이 한·일 갈등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당사국이 우선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22일 도쿄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만나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일 협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한·일 양국에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고 교도통신이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24일 보도했다. 당시 고노 외무상은 볼턴 보좌관에게 “한국이 강제 징용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을 깼고 중재 절차에도 응하지 않았다. 한국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고노 외무상은 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해서는 강제 징용과 무관하며 안보 차원의 정당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교도통신은 한·일 역사인식 문제에 미국은 원칙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번 사안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신은 “일본 정부는 (미국의) 중개를 원치 않는다”는 외무성 간부의 말을 소개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 소식통은 “(볼턴 보좌관의 발언은) 미국이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사태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이 한·일 갈등에 관여해 달라는 요청을 해온 사실을 공개하며 “두 정상 모두가 원한다면 관여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두 사람을 좋아한다.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하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특별한 사람”이라며 “그들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 국가)에서 제외하기 위한 절차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한국 측 대응을 주시하면서도 제외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가 대한(對韓) 규제 조치와 관련해 수렴한 일반 국민 의견은 1만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지난 1일 반도체 소재의 수출 규제를 발표하면서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이 부여되는 화이트리스트 27개국 중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을 함께 고시했다. 법령 개정안과 관련, 일본 정부가 접수한 국민 의견이 1만건을 넘었다고 NHK가 보도했다. NHK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빼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경제산업성은 한국의 향후 대응 방향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경제산업성은 다음 달 중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이날 “한국 측과 실무 레벨에서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면서도 “(한국 측으로부터) 상세한 설명을 듣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