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방공식별구역 상당부분 겹쳐 군사 갈등 되풀이

입력 2019-07-25 04:02

방공식별구역(ADIZ)은 각국이 자국 영공에 접근하는 항공기를 사전에 식별하기 위해 임의로 설정해놓은 구역이다. 영공 침범을 막기 위한 것이다. 각국이 구역 범위를 스스로 설정해놓기 때문에 군사적 갈등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방공식별구역은 국제법상 주권이 미치는 영공이 아니어서 관할 군 당국에 사전 통보를 한뒤 진입하는 게 관례로 돼 있다.

따라서 방공식별구역에 무단 진입했더라도 영공을 침범하지 않은 외국 전투기를 향해 실사격을 할 수는 없다. 이 경우 군사적으로는 경고통신과 경고사격, 외교적으로는 무관 초치(불러서 항의 전달)나 항의를 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특성이 방공식별구역 무단 진입을 근절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중국이 지난 23일 자국 폭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 진입 후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이 아니다. 국제법에 따라 각국은 비행의 자유를 누린다”고 밝힌 것도 이런 방공식별구역의 한계를 의식한 것이다.

특히 한·중·일 방공식별구역은 상당 구역이 서로 겹치기 때문에 군사적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긴장 수위가 높은 곳은 한·중·일 방공식별구역이 중첩되는 이어도 구역이다. 이 구역은 설정 당시부터 갈등을 안고 있었다. 일본은 1969년 9월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을 설정하며 이어도 주변과 마라도, 홍도 남쪽 한국 영공 일부를 JADIZ에 포함시켰다. 우리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본이 반대했으며 미국이 ‘당사국 해결 원칙’을 제시하면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

중국은 2013년 11월 제주도 남쪽 KADIZ와 일부 겹치고 이어도 주변 수역까지 포함하는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CADIZ)’을 일방적으로 선포했다. 이후 한국 정부는 그해 12월 15일 기존의 KADIZ를 확대한 새로운 KADIZ를 공식 발표했다. 새로운 KADIZ에는 이어도 구역과 마라도와 홍도 남쪽 등이 포함됐다.

중국은 KADIZ나 JADIZ를 사실상 무시하고 있다. 중국은 이어도 주변 상공을 통해 KADIZ와 JADIZ를 무단 진입한 뒤 동해상으로 올라가는 비행패턴을 보여 왔으며 무단 진입 횟수도 급증세다. 중국은 2016년 50여차례, 2017년 80여차례, 2018년 140여차례 KADIZ를 무단 진입했다. 러시아는 최근 매년 10차례 이상 KADIZ에 무단 진입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8월 KADIZ 내 우발 충돌 방지를 위한 ‘핫라인(한·러 양국 공군 간 직통망) 설치’를 우리 국방부와 합의하고도 후속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