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향후 유사한 상황 재발 땐 한·미 양국 긴밀한 협의”

입력 2019-07-25 04:07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4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러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 들어와 이동하던 중 청사 앞 시위대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라는 단체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었다. 윤성호 기자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 진입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한·미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4일 청와대에서 볼턴 보좌관을 만나 중·러 군용기가 지난 23일 KADIZ에 무단 진입한 것에 대한 우리 측의 단호한 대응 사실을 설명했다고 ‘대외발표문’을 통해 밝혔다. 정 실장 설명에 볼턴 보좌관은 “앞으로 (이와) 유사한 상황에 대해 양국이 긴밀히 협의해 나가자”는 입장을 나타냈다고 청와대는 덧붙였다. 한·미·일 삼각안보 협력관계가 삐걱거리고 있는 틈을 타 중국과 러시아가 앞으로 도발을 계속할 경우 묵과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두 사람은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외발표문에 ‘지역 및 글로벌 차원에서의 양국 간 협력강화 방안’이라는 표현이 한·일 관계에 대한 논의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이 최근 우방국에 요구하고 있는 호르무즈해협 경비연합체 구성 계획에서 한국의 역할도 심도 있게 논의됐다. 청와대는 “양측은 민간 상선의 안전한 항해를 위한 국제적 노력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특히 호르무즈해협에서의 해상 안보와 항행의 자유를 위한 협력 방안을 계속 협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협상이 시작될 2020년 이후의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서도 동맹의 정신을 기반으로 가장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양측은 북·미 정상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회동에서 합의했으나 답보 상태인 북·미 실무협상이 조속히 재개돼 비핵화 협상에 실질적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하고,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두 사람이 이날 두 차례에 걸쳐 155분간 회동했다고 설명했다.

볼턴 보좌관은 정 실장과 회동 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면담했다. 볼턴 보좌관은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강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 갈등 상황과 관련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볼턴 보좌관과 강 장관은 한국과 일본 사이 갈등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기본 인식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욱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강 장관은 일본 경제보복의 부당함을 강조했고, 방한 전 일본을 들른 볼턴 보좌관은 일본 입장과 일본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부분 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한·일 양국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지원하겠다는 기본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역내 평화·안정 등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미·일 간 공조와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볼턴 보좌관과 정 장관의 회동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주로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회동 후 “양측이 앞으로도 공동 목표인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한·일 안보 협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볼턴 보좌관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우리 측에 전달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