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의 직접민주주의 실험인 ‘서울민주주의위원회’가 논란 속에서도 닻을 올렸다. 시민과 공무원, 전문가들이 어우러진 ‘공정 행정’이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와 오히려 시장 입맛에 맞는 ‘기획 행정’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한다.
서울시는 시민민주주의 활성화를 위한 합의제 행정기관인 민주주의위원회가 공식 출범한다고 24일 밝혔다.
시장 직속기구인 민주주의위원회는 시민과 위원회가 제안한 ‘시민민주주의 활성화’ 정책을 모아 심의·조정한 뒤 실제 예산에 반영되도록 하는 조직이다. 15명으로 구성된다. 위원회의 손발이 될 사무기구는 서울시 ‘서울민주주의담당관’ ‘시민숙의예산담당관’ ‘서울협치담당관’ ‘지역공동체담당관’ 등 4개 과와 16개 팀(직원 70여명)으로 꾸려진다.
민주주의위원회의 가장 큰 특징은 예산 편성권이다. 2022년까지 ‘시민 민주주의 실현’ 관련 정책에 연간 1300억~1조원의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 시민이 직접 정책예산 편성에 참여했던 시민참여예산제보다 규모와 권한이 훨씬 크다.
서울시는 공직·민간을 가리지 않고 행정 전문가 1명을 선정해 오는 9월 상근직 위원장으로 임용할 계획이다. 위원장을 제외한 위원 14명 중 6명은 시민 공모를 통해 선발된다. 5명은 시의회와 구청장협의회 등 대표성을 지닌 기관의 추천을 받아 서울시장이 위촉한다. 나머지 3명은 서울시 국장급 공무원이 맡는다. 위원 임기는 2년이고 1회 연임할 수 있다. 시민위원은 4급 이상 공무원, 교수, 법률·회계 분야 전문가, 시민단체에 5~10년 몸담은 경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위원 자격이 특정 직업군으로 제한돼 일반 시민을 대표하긴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시의회 고유의 예산심의 권한을 침해하고, 시의회의 견제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기우라고 반박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위원은 투명하고 공정한 공모 절차를 따라 선발할 것”이라며 “민주주의위원회가 편성한 예산도 기존 예산과 동일하게 의회의 심의·의결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서울시 민주주의위원회 논란 속 출항
입력 2019-07-24 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