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는 23일 자국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두 차례 침범했다는 우리 군 당국의 발표를 전면 부인하면서 오히려 한국 전투기가 자국기를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과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 공군과 중국 공군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오늘 처음으로 장거리 항공기를 통한 합동 초계비행을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특히 “비행 기록에 따르면 다른 나라의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며 한국 영공을 침범한 사실을 부인했다. 또 “한국의 F-16 전투기 2대가 러시아 전폭기의 진로를 가로질러 안전을 위협하는 ‘비전문가적 기동’을 했다”며 “한국 전투기는 러시아 전폭기에 경고사격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의 주장은 독도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에 대해 우리 공군 전투기가 경고사격을 했다는 합동참모본부 설명과 배치된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사전 통보 없이 군용기가 KADIZ에 진입하고 영공을 침범한 것과 관련해 러시아와 중국 측에 엄중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는 막심 볼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대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영공 침범은 한·러 양국 간 우의 및 신뢰 관계를 훼손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제규범에 배치되는 것”이라며 사과와 재발 방지책을 요구했다.
국방부는 주한 러시아대사관의 니콜라이 마르첸코 공군 무관과 세르게이 발라지기토프 해군 무관을 합동참모본부로 불러 엄중 항의했다.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와 두눙이 주한 중국대사관 무관도 각각 외교부와 국방부로 불려 나왔다.
한편 고노 다로(사진) 일본 외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군이 독도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군용기에 경고사격을 한 것과 관련해 ‘한국이 아닌 일본이 대응해야 할 일’이라는 취지의 도발적 발언을 했다. 고노 외무상은 “한국이 무언가 조치를 행한 것은 일본 정부 입장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우리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어서 한국 측에 그런 취지의 항의를 했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정부도 “우리나라(일본) 영토에서 이런 행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