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e스포츠가 젊은 세대의 새로운 휴가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서울 종로의 e스포츠 경기장 LoL 파크는 e스포츠 대회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를 보러 온 관중들로 북적인다. 이들은 프로게이머를 응원하며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를 푼다. 약 세 시간 동안 진행되는 경기의 티켓 값은 1만원 안팎. 일반적인 휴가비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일부 팬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바로 짐을 싸지 않는다. 바로 옆에 입점해있는 PC방에 간다. 방금까지 객석에 앉아서 구경하던 게임을 직접 하며 즐긴다. 카페테리아 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차와 식사를 하기도 한다. 호텔 출신 요리사가 만든 수제 피자와 미리 숙성해놓은 라자냐는 웬만한 프랜차이즈 식당보다 만듦새가 좋다.
LoL 파크는 게임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에게 일종의 게임 테마 파크라는 점에서도 ‘핫플’이다. 디즈니랜드가 미키 마우스 같은 디즈니 캐릭터들로 가득 차 있둣 이곳은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지식재산권(IP) 관련 아이템들로 꾸며졌다. 관람객들은 게임 플레이를 구현한 거대한 모형과 실제 프로게이머를 본뜬 피규어 등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는 대형 스크린 앞에 삼삼오오 모여 e스포츠 대회 영상을 시청한다.
LCK에 참여하는 프로게임단들은 이곳에서 각종 이벤트를 연다. 경기 전에는 사은품 증정식이 주를 이룬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팬미팅과 사인회 행사가 열린다. 막 승리를 거둔 프로게이머가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면 팬들은 환호와 박수로 화답한다. SK텔레콤 T1, KT 롤스터 등 인기 팀 경기가 있는 날에는 경기 종료 후가 더 왁자지껄하다.
LoL 파크는 최근 게임 캐릭터를 1.5~2m 크기로 구현한 아트토이 5점을 추가 설치했다. LoL 파크를 운영하는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의 관계자는 “이 공간이 단순히 LCK를 즐기는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PC방 역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여름철 피서지로 떠오른다. 한 PC방 관계자는 “여름철에는 수요가 약 20% 상승한다. 방학으로 인한 학생들의 이용 증가, 시원한 에어컨 바람, 성수기에 따른 게임사의 공격적인 이벤트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고 말했다.
배경에는 PC방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1990년대 말~2000년대까지 PC방은 ‘담배를 태우며 게임만 하는 지저분한 공간’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요즘에는 ‘남녀노소가 부담 없이 찾는 깔끔한 공간’으로 이미지가 바뀌었다. PC방 업체들의 고급화 전략 덕이다.
저렴한 이용료도 젊은이들에게 인기 높은 이유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PC방 한 시간 이용료는 1000원에서 1500원 선이다. 한 20대 이용자는 “싼값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여름철이면 PC방을 애용한다”고 전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