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빼닮은 존슨, 새 영국 총리에… 다시 커지는 ‘노딜’ 공포

입력 2019-07-24 04:09
신임 영국 총리에 오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런던 ‘퀸 엘리자베스 2세 콘퍼런스 센터’에서 당선이 공식 확정된 직후 연설하고 있다. 브렉시트 강경파인 존슨 전 장관은 24일 물러나는 테레사 메이 총리 뒤를 이어 제77대 영국 총리에 오르게 된다. 그는 총리직 수락 연설에서 “브렉시트를 성공시키고, 영국 노동당 지도자 제레미 코빈을 물리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사태를 책임질 영국 새 총리로 보리스 존슨(55) 전 외무장관이 선출됐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론에 불을 지폈던 존슨 전 장관이 총리직에 오르면서 브렉시트 협상은 더욱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영국판 트럼프’로 불리는 그의 독특한 행적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영국 집권 보수당은 23일(현지시간) 당원 투표 결과 신임 당대표 겸 총리로 존슨 전 장관이 선출됐다고 밝혔다. 존슨 전 장관은 총 9만2153표를 얻어 4만6656표의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에 압승을 거뒀다. 투표 자격을 가진 15만9320명의 보수당원 중 87.4%가 투표에 참여했다. 이미 지난 5번의 경선 투표와 여러 여론조사에서 잇달아 1위에 올랐던 만큼 그의 당선은 사실상 확정적이었다.

존슨 전 장관에게 줄곧 우호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의 선출 소식이 전해진 직후 트위터에 “보리스 존슨이 새 영국 총리가 된 것을 축하한다. 아주 잘 해낼 것”이라고 썼다.

우파 성향의 존슨 전 장관은 영국 정가에서 ‘아웃사이더’로 통한다. 이튼스쿨과 옥스퍼드대 출신으로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정치인으로서 트럼프 대통령과 비견될 만큼 파격적인 행보를 걸었기 때문이다.

존슨 전 장관이 대중들에게 각인된 건 20여년 전 우파 신문 텔레그래프에서 브뤼셀 특파원으로 일하면서부터다. 당시 그는 “유럽 내 비료 냄새를 똑같이 만들기 위해 EU 차원에서 탐지견을 도입할 것”이라는 등 연일 가짜 뉴스를 쏟아내며 논란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존슨 전 장관이 과연 신임 영국 총리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텔레그래프 재직 시절 그의 상사였던 한 언론인은 최근 가디언에 “존슨은 차기 총리로 완전히 부적합하다. 모두들 그의 ‘도덕적 파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생활도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하원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경선 투표가 진행 중이었던 지난달 존슨 전 장관은 그의 애인 캐리 시먼즈(31)와 동거하던 집에서 심한 말다툼을 벌여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그는 지금까지 이혼을 두 번 했는데, 그때마다 불륜이 발각되는 등 여성편력이 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외에 이슬람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을 “우체통처럼 보인다”거나 여성의 대학 진학을 “신랑감 찾기 위해”라고 비하하는 등 막말을 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부터 런던 시장을 두 차례 연임한 그는 2016년 EU 탈퇴 국민투표 찬성을 주도하면서 총리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총리 경선 과정에서 중도에 그만둔 뒤 테리사 메이 내각의 외무부 장관으로 입각했다. 하지만 메이 전 총리가 영국이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내용의 ‘소프트 브렉시트안’을 내놓자 전격 사퇴했다.

존슨 전 장관이 총리직에 오르면서 영국이 EU와 어떤 협정도 맺지 못하고 결별하는 ‘노딜 브렉시트’의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앞서 그는 “오는 10월 31일까지 무조건 EU를 떠나겠다”고 주장해왔다. 노딜 브렉시트가 영국에 경제적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큰 가운데 일각에서는 그가 특유의 카리스마로 브렉시트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브렉시트 강경파 중 하나인 제이콥 리스 모그 의원은 “존슨 전 장관은 이전의 영국 정치인에게 없었던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