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부품·소재 분야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정부가 정작 부품·소재 R&D에 투입하는 예산의 정확한 규모도 산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3일 “현재로서는 정부 차원에서 부품·소재와 관련된 전체 예산이 얼마라고 공식화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에서 부품·소재와 연관된 R&D 예산이 다양한 항목으로 나누어져 있어 어디까지를 부품·소재 R&D 지원 예산으로 볼 것인지 정부 내부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정부 예산안을 보면 부품·소재 R&D 관련 예산이 부처·항목별로 쪼개져 있다. 산업부 예산으로는 산업소재핵심기술개발(1238억원), 소재부품기술개발(2359억원), 소재부품산업전문기술개발사업(433억원), 소재부품산업미래성장동력(561억원), 자동차부품기업활력제고사업(250억원), 소재부품글로벌투자연계기술개발(8억원) 등이 있다. 과기부 예산으로는 웨어러블스마트 디바이스 부품소재 사업(67억원), 우주부품 국산화 기반지원(40억원) 등이 편성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의 부품·소재 R&D 지원과 관련해 “이미 최근 3년간 매년 6500억원 안팎의 예산을 투입해 왔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R&D 지원 예산만 해도 정부 11개 분야로 분류를 하다 보니 부품·소재 관련 항목을 추려내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산업부 관련 예산만 추려보니 6500억원 정도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본예산의 부품·소재 관련 R&D 예산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회 심사 중인 추가경정예산안에 부품·소재 R&D 지원을 명목으로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여러 부처 예산에 부품·소재 R&D 관련 예산이 녹아 있기 때문에 예산안만 들여다봐서는 종합적인 예산 규모를 산출하기 어렵다. 부처 간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