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잠수함 공개한 북, 비핵화 협상 앞둔 몸값 올리기 작전

입력 2019-07-24 04:02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둘러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23일 공개한 사진이다. 장소와 잠수함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 만들어진 실전 배치용 신포급 잠수함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북한이 23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잠수함을 공개했다. 다음 달로 예정된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CPX) 등을 이유로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는 북한이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몸값 올리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동서가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잠수함의 작전 능력은 국가 방위력의 중요한 구성 부문”이라며 “잠수함을 비롯한 해군 무장장비 개발에 큰 힘을 넣어 국방 위력을 계속 믿음직하게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은 새 잠수함이 곧 동해 작전수역에 배치돼 임무를 수행한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찾은 조선소의 위치와 잠수함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김 위원장이 지난 21일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참석차 함경남도를 방문한 점을 감안하면 신포조선소를 방문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북한이 신포조선소에서 SLBM 탑재가 가능한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고 지난달 보도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둘러본 잠수함이 SLBM ‘북극성’을 발사할 수 있는 다수의 발사관을 가진 잠수함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2~3개의 발사관을 가진, 실전 배치용으로 개량된 신포급 잠수함일 것으로 추정했다.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국을 찾은 날 북한이 김 위원장의 잠수함 시찰을 공개한 것은 대미 압박용 메시지로 해석된다.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미국이 경계하는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을 내보여 몸값을 한껏 올리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 후 북한이 김 위원장의 군사 분야 활동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하노이 노딜을 반복하고 싶지 않은 북한이 실무협상을 앞두고 미국과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제재 완화 등 자신들이 원하는 걸 내놓으라는 신호를 간접적으로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