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을 매듭지을 신임 영국 총리가 23일(현지시간) 탄생한다. 대표적인 브렉시트 강경론자인 보리스 존슨(55·사진) 전 외무장관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각료들은 잇따라 사퇴를 예고했다. 신임 총리로 유력한 존슨 전 장관의 첫 외교 시험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나포 문제로 격화된 이란과의 갈등이 될 전망이다.
영국 집권 보수당은 당원 16만명이 참여하는 당대표 투표 마감 다음 날인 23일 새 총리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차기 보수당 대표는 테리사 메이에 이어 총리직을 승계하게 된다.
이변이 없는 한 존슨 전 장관이 무난하게 신임 총리로 선출될 전망이다. 존슨 전 장관은 지난달 보수당 하원의원을 대상으로 한 5번의 경선 투표에서 잇달아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상대 후보 제러미 헌트 현 외무장관이 지지율 70%에 육박하는 존슨 전 장관을 역전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마지막 경선 투표에서도 두 사람의 투표율이 25% 포인트 이상 벌어졌었다.
문제는 존슨 전 장관이 강경한 브렉시트 지지자라는 점이다. 존슨 전 장관은 유럽연합(EU)과 어떤 협정을 맺지 못하고 결별하는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오는 10월 31일까지 영국을 무조건 EU에서 탈퇴시키겠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이번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는 “‘죽기 살기로(do or die)’ 브렉시트를 완수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부터 앞장서서 EU 탈퇴론을 주장한 인물이기도 하다.
노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보수당 각료들은 존슨 전 장관이 총리직에 오를 경우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일찍이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과 데이비드 고크 법무장관 등 보수당 고위인사들이 잇따라 사퇴를 시사했다. 특히 해먼드 장관은 “모든 여론조사가 존슨의 승리를 암시하고 있다”며 “그 결과에 맞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존슨의 차기 총리 취임은 영국 정치권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EU도 존슨 전 장관의 총리 취임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노딜 브렉시트로 아일랜드가 받게 될 경제적 피해를 상쇄하기 위한 대규모 지원책을 준비 중이라고 일간 더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EU의 한 고위관리는 “노딜 브렉시트로 사실상 무역 중단 사태를 맞게 될 아일랜드를 돕기 위해 모든 수단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으로 남는 아일랜드 국경에서 통행 및 통관 절차가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한편 신임 총리가 확실시되는 존슨 전 장관의 첫 번째 외교적 과제는 최근 불거진 이란과의 갈등 해결이다. 지난 4일 영국 해군이 이란 유조선을 시리아로 원유를 판매한다는 이유로 나포한 데 이어 19일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영국 유조선을 기습 억류했다. 가디언은 “이란과의 갈등은 영국이 새 총리를 뽑기 직전 발생한 것”이라며 “누가 총리가 되더라도 취임하자마자 중대한 국제적 위기에 대면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