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아베, 어리석은 무역전쟁 접고 타협하라”

입력 2019-07-23 04:02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사설을 통해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어리석은(foolish) 무역전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블룸버그는 21일(현지시간) ‘한국을 대상으로 한 아베의 희망없는 무역전쟁’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일본 지도자는 정치적 분쟁에 통상이라는 무기를 끌어들이지 말았어야 했다”면서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아베 신조 총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웃 한국을 대상으로 단행한 어리석은 무역 전쟁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부품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를 통상을 이용한 정치보복으로 판정했다. 블룸버그는 “일본은 첨단 제품이 북한으로 불법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의도는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에 대한 한국 법원의 배상 판결에 보복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국제무역 질서를 강화한다는 이유로 찬사를 받아온 아베 입장에선 매우 위선적인 행태”라고 꾸짖었다.

블룸버그는 수출 규제의 부메랑으로 일본이 받는 타격이 아베의 명예 실추 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대 고객인 한국 기업들이 대체 공급지를 찾게 되면 일본 수출업체들도 시장과 신뢰를 잃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 명단에서 배제한다면 한국도 반드시 보복할 것이라면서 한국에서 진행되는 일본 상품 불매운동 분위기를 전했다.

블룸버그는 “긴장이 고조되면 안보 협력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면서 “특히 일본이 미국과 제한적인 무역협정을 마무리하려는 상황에서 한국과의 분쟁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불필요하게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일 양국에 타협을 촉구한 블룸버그는 “일본은 수출 규제를 해제하면서 추가조치를 취하지 말아야 하고, 한국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한 중재에 동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이 싸움을 시작한 아베 총리가 먼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또 “미국도 북한과의 평화 노력을 추구하는데 미국의 도움이 절실한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의 행동에) 신속하게 화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비판한 것은 블룸버그만이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5일 아베 총리가 국가안보라는 모호한 이유로 수출 규제 조치들로 상대국을 압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따라하면서 국제무역 질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비판했다. 이코노미스트도 사설에서 “수출 규제는 경제적으로 근시안적이며 일본의 무모한 자해”에 비유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