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하는 20, 30대 남성 ‘그루밍족’(패션과 미용에 투자하는 남성)이 더 과감해졌다. 20대 남성 10명 중 6명이 색조 화장품 등 다양한 종류의 뷰티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통업계도 스킨·로션 등 피부관리 제품뿐 아니라 남성용 색조 화장품을 적극 내놓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리브영의 상반기 남성 색조 화장품 매출은 전년 대비 77% 성장했다. 2015년부터 최근 3년 연평균 매출 신장률도 40%를 넘는다.
특히 남성용 립케어 제품 매출은 지난해 대비 19배로 치솟았다. 입술에 붉은빛이 감돌게 만드는 제품이지만 소비자 호응이 높다. 남성용 쿠션과 BB크림, CC크림 제품 매출도 31% 올랐다. 아이브로, 컨실러 등 남성용 눈화장 제품도 지난해보다 41% 더 팔렸다.
이밖에 눈썹 칼, 니플밴드, 다리 숱 정리기 등 과거라면 남성 소비자들이 쉽게 사들이기 어려웠을 제품들의 판매도 늘고 있다.
그루밍족이 점점 과감해지자 올리브영은 아예 매장 내에 ‘맨즈 그루밍(Men’s Grooming·사진)’ 코너를 따로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남성 화장품 할인 행사인 ‘맨즈데이’ 행사도 진행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그루밍족 시장 성장 트렌드에 맞춰 남성 화장품을 세분화해 전문 제품을 지속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경산업은 18~24세 남성을 대상으로 만든 화장품 브랜드 ‘스니키’의 유통망을 확장하고 있다. 과거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됐던 스니키는 지난 5월 편의점에 스킨·로션 세트를 출시하며 판매처를 넓혔다. 스니키는 또 랄라블라, 롭스 같은 헬스&뷰티(H&B) 매장에도 입점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18~24세 남성들은 화장하는 남성이 자기 관리하는 남자로 여겨지는 등 화장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세대라고 판단해 유통망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지난 18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신을 그루밍족이라고 생각한다는 남성이 40.6%에 달했다. 20대 남성 63.1%, 30대 남성 57.8%가 기초화장품 이외에 바르는 화장품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기초화장품 이외에 바르는 화장품의 종류는 자외선 차단 제품이 76.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에센스, 크림 등 피부관리 제품을 사용한다는 남성도 73.3%나 됐다. 다음으로는 클렌징 제품(53.3%), 피부톤 관리 제품(41.9%), 립 제품(26.6%) 등이 뒤를 이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