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 검객들, ‘펜싱의 자존심’을 찌르다

입력 2019-07-22 18:27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 선수들이 22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9 펜싱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홈팀 헝가리를 45대 44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환호하고 있다. 국제펜싱연맹 제공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무적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 펜싱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단체전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구본길(30·국민체육진흥공단), 오상욱(23·성남시청), 하한솔(26·성남시청), 김준호(25·화성시청)로 이뤄진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22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9 펜싱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홈팀 헝가리를 45대 44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랭킹 1위인 한국은 파죽지세로 결승에 올랐다. 32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45대 15로, 16강에선 영국을 45대 21로 각각 완파했다. 기세는 계속됐다. 유럽 전통의 강호인 루마니아와 독일을 맞은 8강과 준결승에서도 45대 34, 45대 22로 10점 이상 차이나는 완승을 거뒀다.

헝가리(3위)와의 결승은 치열하게 전개됐다. 1만여 홈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헝가리는 기세를 올려 한국에 맞섰다. 엎치락뒤치락 하는 양상 속에 경기 후반 한국은 43-44까지 밀렸다. 헝가리가 한 점만 내면 우승하는 긴박한 상황. ‘에이스’ 오상욱이 힘을 냈다. 오상욱은 막판 2연속 뚜슈(득점)를 성공시키며 짜릿한 1점차 역전 우승을 만들어냈다.

이로써 한국은 2017년 라이프치히 대회부터 올해 대회까지 3년 연속 정상을 지켰다. 아시아에서는 단체전에서 처음 이룬 역사다. 남자 사브르 단체전은 2001~2003년, 2010~2013년 두 차례에 걸쳐 3연패를 이룬 러시아 등 유럽 국가들이 지배해 ‘유럽 펜싱의 자존심’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펜싱의 무게 중심이 한국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줬다.

특히 막내 오상욱은 지난 19일 열린 개인전 결승에서 한국의 사브르 개인전 2연패를 달성한 이후 단체전 우승도 합작하며 대회 2관왕에 등극했다. 이달 초 하계유니버시아드 2관왕, 지난달 아시아선수권대회 금메달 등 최근 기세가 무섭다. 세계선수권 2관왕까지 더한 오상욱은 내년 도쿄올림픽 메달 전망도 밝게 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해 폐막을 이틀 앞두고 종합 1위를 달리는 중이다. 지난해(2위)에 이어 종합 상위권 입상이 예상된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