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명장, ‘일 수출규제 부당성’ 설파 선봉장 맡는다

입력 2019-07-23 04:05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 실장은 23~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 한국 측 수석대표로 참석해 일본 수출규제의 부당함을 알릴 예정이다. 연합뉴스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국제여론을 한국 편으로 만들기 위한 ‘설득전’에 돌입한다. 보통 일반이사회에는 수석대표로 주제네바 대사가 참석하지만, 이번에는 WTO 한·일 수산물 분쟁에서 최종 승소를 이끌어낸 ‘후쿠시마 명장’을 투입했다. 수석대표의 ‘급’도 1급 책임자로 높아졌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국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3~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에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한다고 22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WTO 회의에는 각 회원국의 주제네바 대사가 수석대표로 나온다. 하지만 한국은 이번에 WTO 관련 업무를 직접 맡고 있는 고위급 책임자를 수석대표로 내세웠다. 일본 수출규제의 부당함을 WTO 회원국에 알린다는 ‘여론전쟁’ 중요성을 감안했다.

김 실장은 지난 2월 신통상질서전략실장에 임명된 이후 2개월 만에 WTO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상소기구 심리에서 ‘최종 승소’를 이끌어냈다. 정부는 김 실장이 일본과의 통상분쟁에서 한 차례 승리를 거둔 만큼 이번 수출규제 분쟁에서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의제를 발표하는 수석대표의 급을 높이면 한국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일본 측 수석대표로는 야마가미 신고(山上信吾) 외무성 경제국장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일반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WTO 규범을 어겼음을 강조할 방침이다. 산업부 핵심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국제사회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알려 WTO 회원국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게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안건은 총 14개 의제 중 11번째로 채택됐다. 의제를 요청한 한국이 먼저 발언을 하면 이후 관련국인 일본이 발언하고 제3국이 의견을 덧붙이는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다. 산업부는 “의제 순서는 사안의 중요도와는 별다른 관계가 없다”고 했다.

성패는 얼마나 많은 나라의 지지를 받느냐에 달렸다. WTO 일반이사회 자체가 일본의 수출규제를 막는 효과는 없지만 추후 정식 제소 절차를 밟을 때 국제적 지지도를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한국 입장을 지지하는 나라가 얼마나나 되는지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갈등이 첨예한 양자 간 사안의 경우 지지 표현을 하지 않는 게 국제적 관례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을 지지하더라도 일본을 강하게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WTO 제소에 들어가면 한국을 지지하는 국가들과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