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 신청일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제3인터넷은행 신규 인가 재추진 방안과 인가 신청일을 발표했다. 신청 기업이 보완해야 할 점을 수시로 귀띔해주고 ‘합격률’을 높이겠다는 게 금융 당국의 해법이다. 하지만 금융 당국 역시 새 인터넷은행이 갖춰야 할 ‘혁신성’이 무엇인지 구체적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혁신성’은 사실상 인가 여부를 가르는 핵심 잣대다. 금융위가 지난 1월 발표한 ‘예비인가 평가항목 및 배점표’를 보면 혁신성은 전체 점수에서 35%를 차지한다. 자본 준비 능력이나 설비 능력 등 실무와 관련된 제반 사항을 모두 합해야 전체 배점에서 20%라는 점을 감안하면 ‘혁신성’의 무게를 알 수 있다. 탄탄한 자본력을 갖춘 ‘키움뱅크’가 예비 인가도 받지 못하고 지난 5월 탈락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금융 당국조차 혁신성이 무엇인지 명쾌하게 해답을 내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 금융위 핵심 관계자는 22일 “기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말고도 다른 분야의 기업이 들어온다면 혁신을 추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외국의 한 유통업계 기반 인터넷은행을 사례로 들며 “유통업의 장점을 살려 점포에 있는 자동현금인출기(ATM)를 금융기관에 대여해주면서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례는 참고하기 모호하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이 은행은 편의점 전문 유통업체 세븐일레븐재팬의 ‘세븐은행’이다. 세븐은행은 비이자이익(수수료)으로만 이윤을 내고 있다. 세븐은행의 사업 모델은 한국에서 적절치 않다. 한국은 ‘지폐 없는(Cashless) 금융’으로 가고 있는 데다 은행은 그나마 있던 ATM을 줄이고 있다. 일본 정부도 지난해 4월 도쿄올림픽 전에 모바일 결제를 활성화하고, 매년 176억 달러에 달하는 ATM 유지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예비 인가에 떨어졌던 토스(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 3월부터 전국 ATM에서 수수료 없이 무료로 현금 출금이 가능한 카드를 내놨었다.
여기에다 신청 기업을 채점하는 외부평가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할지도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금융위 측은 “외평위에서 혁신성 여부를 평가하기 때문에 금융 당국으로선 혁신성 부분이 어떻게 평가되는지 구체적으로 답변할 수 없다”고만 말한다.
적어도 혁신성 부문에서 ‘합격점’을 받은 토스를 보면 어느 정도 답이 보이지 않을까 싶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시중은행들은 토스나 인터넷은행들이 선보인 혁신 금융서비스를 시작했거나 준비 중이다. 비대면 계좌개설, 간편로그인, 간편결제, 간편계좌조회가 대표적이다. 이에 금융위 내부에선 ‘과거에 혁신이던 사업이 지금은 평범한 구식 사업’이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최근 시중은행의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을 보면 오히려 시중은행이 금융권 경쟁을 촉발하는 ‘메기’가 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다급해진 금융 당국이 혁신성 기준을 낮춰 부실 인터넷은행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혁신이 무엇인지를 기업에 설명해준다는 것 자체가 이미 혁신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시장의 기준이 아닌 정부 기준 맞춤형 인터넷은행이 탄생했을 때 과연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