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하면서 한·일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은 자국 내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수출규제를 밀어붙여 왔는데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는 명분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선거 결과에 따라 아베 총리와 자민당을 제어할 견제 세력의 목소리가 잦아들 수밖에 없다는 점도 우려 요소다.
하지만 오는 23~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가 예정돼 있어 당장 즉각적인 조치를 내놓기보다는 이사회에서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파악한 뒤 추가 조치의 시기를 저울질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정 기간 동안은 의도적으로 소강 국면을 유지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양국 정상이 원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재에 나설 가능성을 비친 데다 수출규제에 대해 일본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주요 지지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재계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는 점도 자민당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물론 시기의 문제일 뿐 일본의 한국 때리기가 이어질 것이란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향후 나올 추가 보복 조치는 예상됐던 내용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베 총리와 자민당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한국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 왔지만 선거에 집중하느라 후속 조치 등을 깊이 논의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방안이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얘기다.
일본의 추가 조치는 그동안 여러 차례 언급된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나 오는 24일까지 의견 수렴 중인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대상 국가 목록) 제외가 유력하다.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다수 제품에 대한 수출 관련 규제 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는데 일본은 이달 중 각의 결정을 거쳐 다음 달 하순부터는 한국을 제외시킬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경제나 통상 분야 조치의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있다. 경제보복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경제나 통상 관련 추가 조치를 내놓는 것은 일본 정부에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도쿄=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