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몽니에… 글로벌 IT 업계, 반도체 공급 차질 불안감 고조

입력 2019-07-22 04:09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21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이 사장은 일본 현지 협력사들을 만나 반도체 원자재 수급 관련 논의를 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제공

일본의 반도체 주요 소재 수출 규제로 글로벌 정보통신(IT) 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반도체 공급 불안심리가 자극되면서 D램(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휘발성 메모리)의 현물 가격이 1주일 새 15%가량 올랐다.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주요 업체들은 반도체 수급 상황 점검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제재 지속 시 ‘전례 없는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21일 시장조사 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9일 DDR4 8Gb 현물 가격은 3.736달러로 12일(3.261달러)보다 14.6% 올랐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 직후인 5일(3.03달러)에 비해서는 25.0%나 높은 가격이다. 낸드플래시(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보존되는 비휘발성 메모리)도 6%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애플 등 반도체 주요 고객들이 본격적인 재고 확보 경쟁에 나서지 않았는데도 ‘불확실성’만으로 가격이 치솟은 것이다.

다만 메모리반도체는 현물시장 점유율(10%)보다 기업 간 거래로 진행되는 계약 시장(90%)의 규모가 더 크다. 현물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전반적으로 계약 시장의 가격도 오를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될 경우다. 일반적으로 업체들이 보유한 재고량은 2~3개월치다.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업체들은 재고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계약 시장 가격도 오를 수 있다. 로이터는 미국 투자자문회사 샌포드C 번스타인의 마크 뉴먼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전 세계 D램 생산량의 75%, 낸드플래시의 45%가 한국에서 생산된다”며 “일본의 제재가 지속되면 메모리 가격은 전례 없이 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한 심리가 작용할 것”이라며 “현재는 우선 지켜보는 단계이고, 이보다 더 나아가면 불안한 심리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재고를 사는 움직임이 생기고, 가격이 더 오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주요 메모리반도체 가격의 상승은 스마트폰, PC, 외장하드 등 완성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D램, 낸드플래시 가격이 40~50% 치솟으면 전자제품 원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올 가을 신형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있는 애플 등 주요 IT 기업들은 모바일용, 서버용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에 수급 현황을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도체업계에도 일본의 수출 규제는 하반기 주요 리스크로 지목됐다. 대만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TSMC는 지난 18일 올 하반기 실적 전망을 밝히면서 일본의 수출 규제를 ‘최대 불확실성(biggest uncertainty)’으로 꼽았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