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가장 흔하게 앓는 질병 중 하나가 퇴행성 관절염이다. 학계에 따르면 국내 55세 이상 중장년층 80%가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다. 특히 무릎 관절염은 통증에 그치지 않고 보행 등 실생활에 악영향을 미친다. 통증을 덜기 위해 평소와 다른 자세로 걷다가 관절 변형을 불러 ‘O자 다리’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세란병원 인공관절센터 김준식 부장은 22일 “퇴행성 무릎 관절염은 발생 초기인 관절 사이에 연골 손상이 적을 때 치료받는다면 굳이 수술하지 않더라도 약물이나 주사, 물리치료 등을 통해 진행을 늦추고 증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골이 다 닳아 뼈와 뼈가 부딪히는 말기 단계에 도달하면 통증이 아주 심해 걷는 것은 물론 화장실 가기조차 힘들어진다. 최악의 경우 무릎이 안 구부려지고 다리를 펼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땐 인공관절수술이 최선의 선택이다. 닳아버린 관절 대신 인공관절을 끼워넣어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일상생활이 가능케 해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무릎 인공관절수술 시행은 2012년 5만7230건, 2015년 6만1734건, 2017년 6만9770건으로 연평균 4%씩 증가하는 걸로 나타났다. 급격한 고령화로 퇴행성 관절염을 앓는 인구가 그만큼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릎 인공관절수술은 발전을 거듭해 왔는데, 최근 주목받는 방식이 ‘마코로봇’을 이용한 수술법이다. 기존 인공관절수술은 수술 전에 찍은 정적인 X선 영상을 바탕으로 수술을 진행한다. 하지만 실제 수술에 들어가면 인대와 근육 등의 상태에 따라 무릎뼈를 다듬는 범위를 바꿀 필요가 생기는데, 기존 방법으로는 수술 중 변경이 힘들었다. 반면 마코로봇의 경우 컴퓨터 실시간 정보 수집을 통해 뼈를 깎는 정도 등을 유연하게 바꿔가면서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김 부장은 “기존 로봇 인공관절수술(로보닥 등)은 수술 전 입력 정보에 따라 계획한 대로 이뤄지며 뼈 절삭 장비가 주변 인대나 신경에 걸리면 장비가 멈춰 버리지만 마코로봇은 수술 진행 정보를 실시간 수집해 0.5㎜의 오차도 수정해가면서 진행하기 때문에 정확한 수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공관절 삽입용 절개 부위도 상대적으로 작아 수술 후 흉터와 출혈이 적다. 당연히 통증도 줄고 환자에 따라선 수혈이 필요없는 무수혈 수술도 가능하다.
세란병원은 마코로봇 수술 장비를 환자 치료용으로 지난해 국내 최초로 들여왔다. 최근 서울대병원 등 몇몇 대학병원도 도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코로봇의 우수성은 해외 연구 결과로 입증됐다. 올해 국제정형외과 저널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마코로봇 인공관절수술 후 입원 기간은 1.27일로 전통적 수술법(1.92일)보다 훨씬 짧았다. 수술 3개월 후 관절 운동 범위는 121.3도로 전통 수술법(109.8도)보다 더 넓었다.
마코로봇 인공관절수술은 다만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는데, 바로 수술 시기다. 인공관절은 활동량이 많은 사람이 너무 빨리 수술받으면 수명(10~15년)이 오히려 단축돼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부담이 크다. 반면 수술의 두려움으로 무조건 치료를 늦추면 관절 변형이 심해 수술 후 운동범위 제한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김 부장은 “전문의 진료를 통해 치료법부터 시기까지 상담받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