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기준금리 추가 인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깜짝 인하’하면서 이 같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연말이냐 내년 초냐를 두고 시선이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추가 인하’의 경기부양 효과보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추가 인하론이 급부상한 데는 불확실한 경기 전망의 영향이 크다. 미·중 무역분쟁에다 반도체 경기 부진, 일본의 수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전개 방향이나 속도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2.5%)보다 0.3% 포인트나 낮춘 것도 하반기 경기둔화를 염두에 둔 셈법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다 이주열(사진) 한은 총재가 ‘정책 여력’을 언급하면서 추가 인하론에 힘을 실어준다. 이 총재는 지난 18일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경제 상황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정책)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적어도 한 번은 더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올해 금통위는 다음 달, 10월, 11월 세 차례 남았다.
추가 인하의 시기는 연말과 내년 상반기로 크게 갈린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영향이 변수다. 수출 규제 여파가 당초 예상보다 심해진다면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빨라질 수 있다. 이 경우 11월쯤 추가 인하가 가능해진다.
2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IB) 가운데 노무라, 모건스탠리, 바클레이즈, 소시에테제네랄(SG), JP모건 등은 연내 추가 인하에 무게를 둔다. 바클레이즈와 소세이테제네랄은 한은이 정책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한 점에 초점을 맞추고 4분기 인하 가능성을 제기한다. 10월 인하를 예측하는 노무라는 이달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폭, 미·중 무역분쟁 확전 여부에 따라 금통위가 다음 달에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내년 중반을 추가 인하 시점으로 관측한다. 이 총재가 ‘빠른 시일 내 추가 인하’를 시사하지 않은 만큼 ‘명백하게’ 완화적인 스탠스로 판단하기 곤란하다는 분석이다. 내년 초에 추가 인하가 있을 것으로 내다본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추가 인하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추가 인하가 섣부를 수 있다는 비판도 흘러나온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많지 않고, 기준금리 인하가 자칫 집값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경기부양은커녕 부작용만 낳는다는 지적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