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울산지검의 ‘경찰관 피의사실 공표 사건’ 수사를 계속할지 여부를 22일 결정한다. 피의사실 공표가 법조계의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그간 관행처럼 이어져온 일을 처벌할 것인지 판단이 제시되는 셈이라서 주목된다. 만일 ‘수사 계속’ 결론이 내려진다면, 사상 처음으로 피의사실 공표죄를 적용받아 재판에 서는 피고인이 생길 확률이 높다.
대검은 외부인으로 구성된 대검 산하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울산지검의 경찰관 피의사실 공표 사건 수사를 계속할지 여부를 22일 심사할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 1월 울산경찰청이 약사 면허증을 위조해 약국 여러 곳에서 단기약사로 일한 30대 여성을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하며 낸 800자 분량 보도자료가 발단이 됐다. 울산지검은 해당 여성이 공인이 아닌데도 경찰이 불특정 다수에게 알렸다며 지난 6월 경찰관 2명을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입건했다.
형법은 범죄수사를 하는 사람이 직무 과정에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기소 전에 공표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게 한다. 다만 공익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경우에는 법무부 훈령인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에 따른 예외적 공개가 가능하게 돼 있다. 중대한 오보를 방지할 필요가 있거나 범죄 피해의 급속한 확산이 우려될 경우 등이다.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유포가 무분별하다는 비판은 정치권과 재계에서 계속 제기돼 왔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사라지고 수사 단계부터 사실상 범죄자로 낙인을 찍는 일이 많다는 것이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촉발한 것이 검찰의 ‘언론 흘리기’였다는 비판도 많았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국정농단 사건이나 ‘적폐청산’ 수사들을 두고 “여론 재판을 유도하고 있다”는 야당의 반발이 거셌다.
많은 불만에도 피의사실 공표는 사실상 사문화된 형법 조항이라는 지적도 있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간 접수된 피의사실 공표 사건은 347건이지만, 이 중 실제 기소된 사례는 없었다. 과거사위는 송두율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이석기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광우병 PD수첩 사건 등에서 피의사실 공표가 특히 논란이었다고 짚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4월 국회에서 “공문을 수시로 보내 피의사실 공표에 유의하라고 지시하지만, 그렇게 썩 잘 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번 울산지검의 수사는 지난 19일 퇴임한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의 의지였다. 그는 피의사실 공표 관행에 대해 “누구도 손을 못 대는 이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울산지검은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한 외국의 입법례, 한국의 불기소 사례, 피의사실 공표가 손해배상 등으로 인정된 사례 등을 모아 260쪽 분량의 ‘피의사실 공표 연구’라는 연구서를 펴냈다.
경찰은 지난 1월의 보도자료는 가짜 약사에 대한 알림 필요성이 충분한 사안이었다고 강변한다. 입건된 2명의 경찰관에 대해서는 아직 검찰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심의위원회에서는 경찰관들에 대한 기소 여부보다는 ‘수사 계속 여부’가 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심의위원회는 회의를 마치는 대로 울산지검에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