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사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국내 중소기업이 만든 불화수소(에칭가스)를 놓고 이견을 드러냈다. 박 장관은 대기업이 국산 불화수소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먼저 포문을 열었다. 최 회장이 품질 문제를 거론하자 박 장관도 재반박하는 등 논쟁이 이어졌다.
박 장관은 1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강연을 마치고 제주공항으로 이동 중 페이스북에 “(대기업이 중소기업 불화수소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품질, 순도 문제’라는 기사를 봤다”며 “만약 20년 전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연구·개발(R&D) 투자를 하면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했다면 지금의 상황은 어땠을까”라고 썼다.
지난 4일 일본은 자국 기업의 불화수소 수출을 규제했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공정의 핵심 소재여서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박 장관은 이런 상황에서도 대기업들이 국내 중소기업 불화수소를 이용하거나 투자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이다.
박 장관은 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에게 기회를 주고 용기를 주고 북돋아주는 일”이라며 “중기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결자로서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주무장관과 대기업 총수가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모습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논쟁은 박 장관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박 장관은 포럼 강연 도중 “중소기업을 만나 물어보니 불화수소 생산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대기업이 사주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역시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석했던 최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불화수소의) 순도가 얼마인지, 또 공정마다 불화수소의 분자의 크기도 다른데 그게 어떤지가 문제”라며 “공정에 맞는 불화수소가 나와야 하지만 우리 내부(국내)에선 그 정도까지의 디테일은 못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