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협력사에 “일 소재부품 재고 90일치 이상 비축” 요청

입력 2019-07-19 04:05

대외적으로는 일본의 경제보복, 대내적으로는 내수 부진과 산업 변화 등으로 주요 기업 사이에서 실적 악화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본격 가동했고,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온다”고 경고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산 반도체 소재 확보가 막혀 ‘비상체제’를 가동한 삼성전자는 최근 무선, 생활가전 등 세트 부문 협력사들에 “일본산 소재부품 전 품목에 대해 90일치 이상의 재고를 비축하라”고 요청했다. 재고 확보에 필요한 비용과 향후 재고 부담은 삼성이 모두 지기로 했다. 다음 달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을 확대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도 이날 일본을 방문했다. 대한양궁협회장 자격으로 선수단 격려를 위한 출장길이지만, 업계에선 수출규제 확대 움직임에 따른 미래차산업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공식 일정을 끝내는 대로 일본의 주요 부품·소재 기업 경영진과 만나 부품·소재 공급망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LS전선은 명노현 사장 또는 주요 임원이 일본 현지 협력사들을 방문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선업계는 아직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지 않지만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 규제가 확대될 경우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근 명 사장은 “6개월 이상의 소재 재고를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 장기화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LS전선은 현재 전선 관련 소재 중 17개 품목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대부분 전선이나 케이블, 송전탑의 알루미늄 전선을 만들 때 쓰는 소재다. 이 중 9개 품목은 다른 국가로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게 가능하다.

만약 일본이 전선 소재 수출까지 규제한다면 현재 사용 중인 전선은 추가 생산이 불가능하다. 이 경우 다른 재료를 사용한 전선을 생산하면 된다. LS전선 관계자는 “프랑스 소재를 사용한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일본산 소재의 대체 가능 여부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제조업에 비해 일본의 여파를 덜 받는 유통업계는 내수 부진, 온라인 시장 성장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신세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이마트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오고 기회는 생각보다 늦게 온다”며 빠른 위기 대응을 주문했다. 최근 이마트가 사상 첫 분기 적자설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위기 대응과 기회 확립을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프라인 유통 강자인 롯데와 신세계는 최근 들어 계속 위기감을 강조해 왔다. 유통업계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다. 지난해 처음으로 온라인 쇼핑몰 시장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섰고, 올해도 10~20%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예슬 문수정 김성훈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