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18일 청와대 회동에서 문 대통령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깜짝 단독 만남이 이뤄졌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연출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오후 7시쯤 여야 대표와의 회동을 마치고 황 대표와 함께 청와대 인왕실 창가로 가서 1분30초간 이야기를 나눴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른 참석자들은 모두 멀리 있어서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두 분 모두 진지한 표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단독 회동을 한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황 대표는 “잠깐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이해해 달라. 단독 회동을 갖지는 않았다”며 “(오늘 회담은) 대국적 차원의 회담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추가 단독 회담 요구 계획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요청을 하지 않겠느냐”며 “결국 의미 있는 대화, 깊이 있는 대화가 이뤄지려면 (추가적으로) 문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일대일로 만나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야 대표들은 회동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단호히 대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개헌과 선거제 개편, 외교안보라인 경질 등과 같은 현안은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회동 중간에 브리핑을 하는 바람에 여야 대표가 대통령과 이야기할 시간이 줄어들었다”며 “만남을 잘못 기획했다”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경제정책의 대전환을 요구하며 문재인정부 핵심 국정기조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폐기를 촉구했다. 그는 회동 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하며 “(공동발표문에서) 국가 경제의 펀더멘털 강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함에 따라 경제정책을 대전환하자는 제 주장에 문 대통령도 큰 틀에서 동의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외교안보라인 교체를 요구했지만 문 대통령은 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제 개편안도 대화 주제로 올랐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황 대표가 생각의 틀을 바꿔 한국당까지 참여하는 선거제 개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회동 후 브리핑에서 “선거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진전된 것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대일 특사와 관련한 격론도 오갔다. 손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이낙연 국무총리 등 전문성 있는 특사를 일본에 보내 현안 해결에 물꼬를 터 달라”고 제안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기획했던 최상용 전 주일대사를 민간 특사로 추천했다. 심 대표는 일본도 한국에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어 대일 특사 파견에 찬성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대일 특사 파견에 대해 “현 시점에선 이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본격적인 회동 전 차담회 장소인 청와대 본관 충무전실에 도착한 황 대표는 정 대표에게 “생신이라고 들었다”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심 대표는 황 대표에게 “생일까지 기억하시고, 평화당만 챙기시느냐”고 했다. 이에 황 대표는 심 대표에게 “세 번째 대표 축하드린다”고 인사했고, 심 대표는 “두 번째”라고 정정하며 미묘한 신경전을 펼쳤다.
박세환 신재희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