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구하며 설정했던 시한인 18일 한국 정부는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추가 보복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교도통신과 마이니치신문 등은 이날 한국 정부가 일본이 요청한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 요구를 거부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에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관방 부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는 한·일 청구권협정상 정해진 기한인 18일 자정까지 중재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일본 정부는 한국이 중재에 응하도록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9일 한·일 청구권협정 3조에 근거해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구해왔다. 청구권협정 3조는 ‘협정 관련 분쟁이 생기면 외교 경로로 해결’하고 ‘안 될 경우 30일 내 양국이 임명한 위원 등으로 중재위를 구성’하며 ‘30일 내 구성이 안 되면 제3국 정부가 중재위원을 임명’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본의 주장과 달리 의무 조항은 없다.
한국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일본은 2차 경제보복 조치에 나설 전망이다. 니시무라 부장관은 2차 경제보복 조치와 관련 “현시점에 답하는 것을 삼가겠다”면서도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받은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 시에는 “모든 방안을 시야에 넣고 의연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추가 보복 조치로 외국환관리법상의 우대제도인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려 한다는 보도는 여러 차례 나왔다. 다만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는 즉각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다음 조치로 거론했던 ICJ 제소는 일단 미룰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ICJ 제소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한국 측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제소 시점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중재위가 설치되지 않으면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ICJ에 제소하겠다고 밝혀왔다. 한국이 불응하면 재판이 열리지 않지만, 한국 측은 불응 이유를 설명해야 해 국제 여론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