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출신 외인 ‘K리그 생존’ 이름값 아닌 적응력

입력 2019-07-19 04:05
K리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 외인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EPL에서 제대로 출전조차 못한 선수가 한국 무대에서 성공한 반면, 베테랑급에 속한 선수는 도중 하차했다. 리그 수준을 떠나 적응력이 선수의 운명을 갈라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믹스(울산)

울산 현대의 믹스는 성공적인 K리거로 자리잡았다. 믹스는 2018년 4년 6개월의 장기계약을 체결한 맨체스터 시티 선수다. 하지만 EPL에서 한 경기도 못 뛴 채 IFK 예테보리(스웨덴)를 거쳐 지난해 7월 울산에 임대됐다. 임대 직후 17경기 2골을 넣은 믹스는 이번 시즌에는 19경기 3골 1도움을 기록하며 한 단계 도약했다. 정확한 패스와 중거리 슛 능력을 갖춘 믹스의 중원 활약으로 울산도 선두 전북 현대를 승점 1점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울산은 18일 이번 달 끝나는 믹스의 임대 계약을 연말까지 연장하며 선수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발렌티노스(강원)

강원 FC의 발렌티노스도 세 시즌째 강원의 수비를 책임지고 있다. 발렌티노스는 아스널·토트넘 유스팀 출신이지만 EPL에선 데뷔 기회를 갖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 무대에선 189㎝의 건장한 피지컬과 빠른 주력을 앞세워 철벽같은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시즌엔 16경기에 나서 2골, 1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공격에도 기여하는 모습이다. 강원도 7경기 연속 무패(4승 3무) 행진을 이어가며 4위의 호성적을 내고 있다.

팀에 빠르게 녹아든 친화력이 두 선수의 K리그 안착 비결이다. 울산 관계자는 “재계약 후 ‘믹스 극장’이라는 이름으로 SNS에 올린 구단 영상에 절친인 박용우와 함께 출연해 연기를 펼칠 정도로 친화력이 좋은 선수”라고 밝혔다. 강원 관계자도 “발렌티노스가 성격이 워낙 좋다. 드레싱룸 분위기도 잘 띄우며 팀에 잘 녹아들었다”라고 말했다. 두 선수는 팀 K리그에도 선정돼 리그 대표로 오는 26일 열릴 유벤투스와의 경기에 나선다.

조던 머치(경남)

반면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되며 큰 관심을 받았던 조던 머치는 7개월 만에 경남 FC와 결별했다. 머치는 버밍엄 시티·카디프 시티·크리스탈 팰리스 등 EPL에서만 총 7시즌 201경기를 뛴 베테랑 선수다. 카디프 시절엔 주전급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K리그에선 8경기 1골밖에 기록하지 못한 채 계약이 해지됐다. 햄스트링 부상과 향수병이 이유였다. 기대했던 머치의 퇴출 여파 탓인지 경남은 현재 강등권인 11위로 처졌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