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 반(反)당권파가 17일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 연대’(대안정치연대) 결성을 선언했다. 당의 진로를 놓고 갈등을 거듭해 온 평화당이 사실상 분당 수순에 접어든 것이다.
평화당은 전날 심야 의원총회를 열고 2시간 동안 당 진로에 관한 비공개 끝장토론을 벌였다. 하지만 자강론을 펼치는 정동영 대표 중심의 당권파와 당장 제3지대 창당을 준비해야 한다는 유성엽 원내대표, 박지원 의원 중심의 반당권파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반당권파 의원 10명은 17일 새벽 “기득권 양당 체제를 극복하고 한국 정치를 재구성하기 위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한다”며 대안정치연대 출범 발표문을 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안정치연대가) 일단 10명의 의원으로 구성되지만 앞으로 대안 세력을 더 묶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들이 구상하는 제3지대는 바른미래당 내 일부 호남 세력이 합류하는 방안이 일차적으로 거론된다. 유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쪽에서도 변화를 바라는 분이 있을 것”이라며 “개별적으로 만나고 있고 내일과 모레도 만날 것이다. 합류할 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바른미래당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들이 바라는 연대가 당장 가시화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먼저 거대 양당 대결 구도 속에서 제3지대의 존재감이 빛날 수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이 많다. 실제로 각자 제3세력임을 강조해 온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의 지지율은 1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다. 연대 전에 선행돼야 할 탈당도 많은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바른미래당과 무소속 의원들도 당장 합류는 꺼리고 있다.
대안정치연대도 탈당은 잠정 보류했다. 정계개편 분위기가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향후 신당 창당 로드맵과 관련해 유 원내대표는 “가급적 신당이 9월 말에 출범했으면 한다. 정기국회가 끝난 12월과 내년 1월 2단계 변화를 하고, 총선에 임박해 3단계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동영 대표는 강력 반발했다. 그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원로 정치인의 당 흔들기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지원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신재희 박재현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