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사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우리 기업이 일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소재 국산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규제가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17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4회 제주포럼’ 개회사에서 “기업들이 소재 국산화 등 미래 대비를 위한 연구·개발(R&D)과 공장설립 추진 과정에서 복잡한 인허가 절차나 예상치 못한 장애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며 “특단의 대책을 세운다는 생각으로 기업들의 대응책에 전폭적으로 협조해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정부를 향해 당부했다. 박 회장은 “기업들 상황이 어렵지만 그렇다고 감정적인 대응이나 조급한 대처는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며 “이번 기회를 대일 거래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를 기업별로 검토하고 대책을 세우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각자 입장이 다를 수 있겠지만, 국가 미래가 달린 만큼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에 민·관이 힘을 합쳐 차분하고 치밀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선진국형 자율규범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이 솔선해서 페어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당국에서도 기업들이 ‘절대 넘지 말아야 할 선’만 법에 담는 선순환이 필요하다”며 “10년 후를 내다보며 선진국형 규범을 정착시키기 위한 공론화가 이제는 시작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박 회장은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박 회장은 공유주방 규제를 없애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사례를 언급하며 “건별로 진행되는 관문식 규제 심의를 넘기 위해 젊은이들이 낭비하는 에너지가 너무 크다”며 “누구나 마음껏 일을 벌일 수 있도록,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접근법을 찾아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화 4.0시대, 기업의 미래’라는 주제로 개막식 특별강연에 나선 리처드 볼드윈 스위스 제네바 국제경제대학원 교수는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근로자들의 물리적, 지리적 한계가 사라지고 비즈니스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 사람중심의 세계화가 시작됐다”며 “세계화 4.0시대에는 통신기술의 발달로 해외 프리랜서와 업무를 진행하거나, 이러한 프리랜서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발달하고, 원격회의 기술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오늘날 무역과 기술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일의 세계(the world of work)를 획기적으로 바꿔놓았다”며 “세계화 4.0과 자동화기술은 선진국의 서비스부문 직종 및 전문직종을 대체하고, 신흥경제국을 위한 새로운 수출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김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