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6일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것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청와대는 일본이 답변 시한으로 제시한 오는 18일까지 회신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수용불가’ 방침을 표명할 방침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제3국 중재위 설치에 대한 청와대 입장이 여전히 부정적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 “18일까지 특별한 답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중재위를 만드는 것 자체가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행위라는 내부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의 해법으로 거론되는 ‘2(한국기업·일본기업)+1(한국정부)’ 보상안에 대해서도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정부는 한·일 양국 기업이 참여하는 ‘1+1’ 보상안을 일본에 제시했다. 그러나 일본은 이를 거부하고 수출 규제 카드를 꺼냈다.
일본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가던 문 대통령은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1+1 안에 대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 바 없다. 양국 국민들과 피해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함께 논의해보자는 것”이라며 일본을 향해 “외교의 장으로 돌아오기 바란다”고 했다. 이를 두고 2+1 안의 실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청와대가 공식 부인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피해자들이 2+1 안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1+1 안을 제외한 다른 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단 일본이 수출 규제를 풀어야 외교적 해법을 고민할 수 있다. 경제 문제를 풀기 위해 새로운 징용 보상안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일본 경제보복 대책 당청 연석회의’에 참석해 “일본 정부가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이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한 것은 1965년 국교 수립 이후 힘들게 쌓아온 한·일 우호선린 관계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심각하고 무모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정 실장은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의 명확하고 구체적인 이유와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2주간 그들의 주장에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연석회의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국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범정부적으로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당청은 최재성 당 일본경제 보복대책 특별위원장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간 ‘핫라인’을 만들어 상시 소통하기로 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결과 브리핑에서 “당청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의도와 배경에 대해 한·일 과거사 문제, 한국경제 발전에 대한 견제, 남북 관계 진전과 동북아 질서전환 과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봤다”며 “조속한 해결을 위해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과의 외교협상과 국제공조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에 총력을 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현재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경제 부처들이 함께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이달 말 또는 8월 초에 핵심 부품·소재·장비 산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 방안과 예산 지원 방안 등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국가정보원은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에 적발된 북한 석탄 밀수 화물선이 일본 항구에 드나들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우리가 결의 위반을 전달했는데도 일본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국내법 미비를 이유로 입출항을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또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응해 내놓은 경제보복 조치를 안보·대북 제재 문제로 확산시킬 경우 일본이 지적했던 대북 전략물자 사례에 관한 일부 내용을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박세환 신재희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