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다음 달 5일부터 진행 예정인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CPX)이 강행될 경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북한이 문제 삼은 한·미 연합 CPX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한국군 역량을 검증하는 연습이다. 북·미 실무협상을 위해 이 연습을 축소 또는 유예한다면 전작권 전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6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미국은 최고위급에서 한 공약을 어기고 남조선과 합동군사연습 ‘동맹 19-2’(한·미 연합 CPX)를 벌려놓으려 하고 있다”며 “만일 그것이 현실화된다면 조·미(북·미) 실무협상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의 차후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조·미 실무협상 개최와 관련한 결심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외무성이 지난달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 이후 북·미 실무협상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그동안 실무협상을 시작하자는 미국의 제안에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변 핵시설만 내놓겠다는 북한과 그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줄 수 없다는 미국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라며 “하노이에서 미국에 당했던 북한으로선 미국의 새로운 제안이 확인되지 않으면 실무협상에 나오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현재 상태로 실무협상을 하기 싫은 북한이 연합 군사훈련으로 핑계를 대는 것”이라며 “북한에 유리한 안을 미국이 가져오도록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라디오방송 ‘션 해니티 쇼’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북한이 처음에 없었던 아이디어들을 들고 협상 테이블에 나오기를 기대한다”며 “우리(미국)도 역시 좀 더 창의적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창의적(creative)’이라는 단어를 꺼내든 것은 북·미 실무협상에 유연한 대응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또 북한에 과거 제시하지 않았던 새롭고 과감한 제안을 들고올 것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이 계속 북한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것도 실무협상의 조속한 재개를 위한 설득의 일환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2일 “우리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안전보장이 이뤄지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고 북한에 구애의 손짓을 보냈다.
최승욱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북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 강행 땐 핵협상 악영향”
입력 2019-07-16 19:09 수정 2019-07-16 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