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를 살고 있는 집을 내 집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추가 비용이 얼마나 들까. 서울의 경우 2년 전 전셋값에 3억8000만원가량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보다 3배나 많은 비용이다. 서울 집값이 혼조세로 접어들면서 하반기 전세 만기가 임박한 세입자들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15일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전환비용은 3억8421만원으로 전국 평균인 1억2620만원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아파트 매매전환비용이란 세입자가 같은 지역의 아파트를 매매로 전환할 때 2년 전 보증금에 추가로 부담해야 할 가격을 의미한다.
올해 하반기 전국 아파트 매매전환비용은 지난해 9·13 대책 이후의 금액인 1억3352만원(11월 기준)과 비교하면 732만원 줄어들었다. 아파트 매매가격이 올 들어 0.04% 하락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규제정책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출 및 세금 규제와 입주물량 증가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의 경우 지난 2년간 집값 상승폭이 컸지만 9·13 대책을 기점으로 주택시장 환경이 시시각각 변해 왔다. 정부는 여전히 시장 불안이 재현될 가능성에 대비해 추가 규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일단 대출 규제로 자금 확보가 어렵고, 공시가격 인상으로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실수요자들의 매매전환 부담도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추세만 보면 세입자들로선 ‘한 사이클 더 전세를 사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 쪽으로 기울 법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계산은 좀 복잡해진다. 2년 전 전세계약 시점의 아파트 매매전환비용과 현재 비용을 비교하면 서울은 매매전환비용이 1억1315만원이나 증가했다.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른 광주(+934만원) 세종(+705만원) 대구(+583만원)도 마찬가지다. 서울을 비롯한 이들 지역은 2년 전 전세 재계약 대신 집을 구입했더라면 현재보다 내 집 마련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던 셈이다.
현 정부 집권 이후 2017년 8·2 대책을 시작으로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 우상향에 큰 타격은 없었다. 더불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주택담보대출 접근성 확대를 통한 내 집 마련 수요 증가를 예고하는 대목이었다. 상대적으로 기준금리에 민감한 전세시장 특성상 금리 인하가 전세물량 감소와 전셋값 인상으로 이어지면 주거비 상승에 따른 매매수요 증가 가능성도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 변수는 역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 여부다. 분양가상한제를 중심으로 한 추가 종합대책이 현실화될 경우 기존 아파트값 변화 역시 정체될 전망이다. 더불어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인기 지역 ‘로또 분양’이 발생하게 됨에 따라 이를 기다리고 전세 계약을 연장하는 실수요자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KB부동산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가 확대되면 시세보다 저렴한 아파트 분양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며 “분양을 받기 위해 전세를 유지하려는 ‘전세 선호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매수 전략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