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에 사는 김모씨는 최근 까맣게 타거나 그을린 지폐 3587장을 한국은행에 가져와 교환을 요청했다. 공장에 난 불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상당량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잿더미였다. 초상화 일부나 숫자만 간신히 보이는 돈도 많았다.
이런 경우 새 돈을 받을 수 있을까. 가능하다. 단, 멀쩡한 부분이 얼마나 되느냐가 관건이다. 기존 면적의 4분의 3 이상 남아 있어야 전액 교환할 수 있다. 5분의 2 이상~4분의 3 미만이면 액면가의 반만 인정해준다. 남은 부분이 5분의 2 미만이면? 그냥 휴지조각이다. 이 기준에 맞춰 김씨가 받은 새 돈은 2467장(4957만원어치)이었다.
한은은 올해 상반기 회수해 폐기한 손상화폐가 3억4520만장(2조2724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 3억500만장(2조2399억원)과 비교해 13.2%(4020만장) 늘었다고 16일 밝혔다. 회수해 폐기한 손상화폐는 지폐 3억3180만장(2조2712억원), 동전 1340만개(12억원)다. 지난해 하반기보다 지폐는 4300만장 늘고, 동전은 280만개 줄었다. 지폐와 동전은 세는 단위가 각각 ‘장’과 ‘개’로 다르지만 규모 총계를 낼 때 한은은 편의상 ‘장’으로 통일한다.
권종별 폐기 지폐는 1만원권이 1억7830만장(53.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1000원권 1억3030만장(39.3%), 5000원권 1780만장(5.4%), 5만원권 540만장(1.6%) 순이었다. 동전은 44.9%인 600만개가 10원짜리였다. 100원짜리는 그다음으로 많은 470만개(35.3%)였다.
이번에 폐기된 손상화폐를 모두 새 화폐로 대체할 경우 483억원이 든다고 한은은 추산했다. 반기 기준 새 화폐 대체 예상비용이 그동안 300억원 초반을 유지해온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올 상반기 비용은 지난해 하반기 314억원보다 53.8% 늘었다.
올 상반기 한은이 새롭게 내준 은행권은 12억9000만원으로 교환을 의뢰받은 전체 손상지폐 14억2000만원어치의 91.3%다. 지난해 하반기 12억7000만원보다 1.9% 늘었다. 주요 손상 사유는 장판 밑 눌림, 습기에 의한 부패 등 부적절한 보관방법에 의한 경우가 가장 많은 1054건(5억8000만원)으로 전체 교환건수(2668건)의 39.5%를 차지했다. 세탁 또는 세단기 투입 등 취급상 부주의도 39.1%인 1042건(2억3000만원)으로 비슷한 비중을 보였다. 불에 탄 경우는 21.4인 572건이었지만 손상금액이 4억8000만원으로 취급상 부주의의 배가 넘었다.
돈이 불에 탔을 땐 붙어 있는 재 부분까지 남은 면적으로 인정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한은 측은 “불에 탄 상태 그대로의 모습이 최대한 유지될 수 있도록 재를 털어 내거나 쓸어내지 말고 상자나 용기에 담아 운반해야 한다”며 “금고나 지갑 등에 보관한 은행권이 불에 탔을 땐 보관용기 상태로 운반해 달라”고 당부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