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하는 정부 전략이 ‘장기전’으로 옮겨가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산업의 핵심소재·부품 경쟁력을 강화해 ‘경제체질 개선’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우선 정부는 단기적으로 수입국을 다변화하고 소재·부품 관련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같은 ‘지원사격’을 검토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통상 대응과 산업분야 대응의 ‘투 트랙’ 대응책을 보고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번 기회에 제대로 독립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단기적으로는 수입국 다변화와 국산화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중장기적으로 소재·부품산업에 연 1조원 이상 대규모 투자 등을 하면서 대응해가겠다”고 했다.
수입국 다변화는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을 쓰는 기업들이 다른 나라의 대체품목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고, 새로운 수입처 마련에 따른 기업 부담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이다. 다만 정부 역할이 상당히 제한적이고, 대체재로 수입한 소재·부품을 생산공정에 투입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정부는 소재·부품산업 육성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정부는 이달 초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소재·부품산업에 매년 1조원 이상을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심의 중인 추가경정예산안에도 소재·부품 기술개발, 기술개발 기반 구축 등을 포함한 사업들에 1200억원가량의 긴급 예산을 증액 요구할 생각이다.
아울러 핵심소재·부품의 자립화를 돕는 차원에서 전폭적인 세제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신성장기술 R&D 비용을 세액공제해 주고 있다. 신성장동력·원천기술 R&D 비용 세액공제율은 대기업의 경우 20~30%, 중견·중소기업은 20~40%다. 173개 분야에서 세제 혜택을 받고 있지만,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에 오른 고순도 불화수소는 대상이 아니다. 정부는 고순도 불화수소에 대해서도 재계 건의가 들어오면 확대 적용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시스템 반도체 등 신성장기술 사업화시설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확대 카드도 만지고 있다. R&D에 거액을 투입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동 R&D’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연장선에서 정부는 장비산업 육성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 의존도가 높은 장비 품목을 중심으로 공급 안정성을 확충할 수 있는 핵심 품목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소재·부품산업 육성을 골자로 하는 소재부품특별법 적용 대상을 장비산업으로까지 확대하도록 법 개정도 추진할 방침이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