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의 동력이 떨어지면서 국회 심의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던 시점과 현재 상황이 달라진 탓이다. 대표적 사례가 청년일자리 창출 관련 예산안이다. 3000억원 이상을 추가로 투입해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 예산 없이도 청년 취업자 수는 13개월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1년 이상 취업자 수 하락세를 그리는 30, 40대의 경우 일자리 예산이 미미한 것과 대비된다.
미래세대를 고려한 청년일자리 사업은 필요하지만 추경은 급한 불을 끄는 성격이 강하다. 일각에서는 시급성이 높은 분야로 재원을 배분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뜨거운 감자’가 된 부품·소재분야의 연구·개발(R&D) 지원 예산도 그 가운데 하나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5일 전체회의를 열고 추경안 심의에 돌입했다. 정부 추경안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2조2000억원 규모의 미세먼지 대응 예산, 4조5000억원 규모인 경기·민생 관련 예산이 그것이다. 경기·민생 관련 예산의 주요 사업 중 하나는 일자리다. 정부는 청년부터 노인·장애인까지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기 위해 6000억원 규모의 추가 예산을 편성했다.
정부는 지난 4월 추경안을 낼 때만 해도 적재적소에 배정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하지만 국회 파행으로 추경안 심사가 3개월 가까이 늦어지면서 상황이 변했다. 청년일자리 사업 예산을 둘러싼 환경도 달라졌다.
청년일자리 예산은 대표적 사업만 묶어도 3185억원에 이른다. 가장 비중이 큰 사업은 기업에서 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해주는 ‘청년 추가고용장려금’이다. 3만2000명을 추가 지원하기 위해 2883억원을 편성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배정한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예산이 다 소진된 상황이고 추가 수요가 있어서 예산을 배정했다”고 설명했다.
청년층 이직이나 전직을 돕기 위한 ‘취업성공패키지’ 예산도 31억원 더 늘렸다. 정부가 직접 고용하는 형태인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 예산 역시 247억원을 확대해 4만2000명에게 수혜가 돌아가도록 설계했다.
그러나 이런 사업들이 추경안에 들어가야 할 정도로 시급한지 물음표가 붙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정책 수혜자인 20~29세 청년층 취업자 수는 지난해 6월 이후 지난달까지 13개월째 상승 곡선을 그렸다. 기존 예산만으로도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추경안 배정이 늦어지는데도 청년 취업자 수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은 추경의 필요성을 흐릿하게 만든다.
또한 고용시장이 얼어붙은 중·장년층을 위한 일자리 예산과 대비된다. 30, 40대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예산은 추경안에서 448억원 규모로 분류된다. 예비창업패키지 사업 예산(318억원)이나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확대 사업(20억원)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30대 취업자 수는 2017년 10월부터 21개월째, 40대 취업자 수는 44개월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예산 배정 면에서는 청년에 비해 홀대를 받은 셈이다.
이 때문에 추경안의 예산 배분을 긴급한 분야 위주로 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당장 정부와 여당이 각각 1200억원, 3000억원을 증액해야 한다고 공언한 소재·부품분야 R&D에 돈이 필요하다. 증액 규모는 공교롭게도 청년일자리 예산을 돌리면 가능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당장 고용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고 예산을 삭감하고 그럴 수는 없다. 추가 수요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