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양승태 보석에 ‘엄격한 제한’ 의견서 제출 방침

입력 2019-07-16 04:05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 기소된 양승태(사진) 전 대법원장의 보석 석방 여부를 놓고 검찰이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원은 직권보석 가능성까지 시사했지만 검찰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검찰은 보석이 이뤄진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처럼 ‘가택연금’ 수준의 엄격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할 방침이다.

검찰이 예민해진 이유는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 심리로 진행된 공판기일에서 박남천 부장판사가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 가능성을 언급하며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박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서둘러 재판해도 남은 기간 동안 선고까지 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에 공감할 것”이라며 “피고인의 신체 자유를 회복시켜주더라도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다음 달 11일 0시면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상황을 감안해 조기 석방 뜻을 내비친 것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조기 석방은 섣부르다며 반발하고 있다. 법원이 지난 3월 양 전 대법원장 측의 보석 청구를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기각했을 때와 상황이 달라진 게 없다는 취지다. 검찰 관계자는 15일 “당시보다 증거인멸 우려가 커졌으면 커졌지 줄어들었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양 전 대법원장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면서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의 진술조서 내용도 못 믿겠다는 주장을 계속해서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보석 석방을 하더라도 최소한 이 전 대통령 수준의 허가 조건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고 17일 공판기일에 이를 설명할 계획이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자택에만 머물면서 배우자, 변호인 등 최소 인원 외에는 접견·통신을 금지하는 조건으로 석방됐다.

검찰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자택 앞에서 협박 방송을 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가택연금 조건으로 풀려난 유튜버 김상진씨 사건도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재판 전 단계에서 이 전 대통령과 비슷하게 자택과 지정된 병원만 출입하는 조건으로 풀려났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는 이 전 대통령과 달리 중형을 선고 받은 상태가 아니었고 재판 전 단계였지만 엄격한 보석 조건이 붙었다”며 “양 전 대법원장 측이 전례 없는 일이라고 반박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