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의료산업 발전기 진입… 국가 R&D·인허가 등 점검 필요”

입력 2019-07-17 04:04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 컨벤션홀에서 16일 개최된 2019미래의학포럼 참석자들이 포럼 시작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송승재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장, 김태호 ㈜큐어세라퓨틱스 대표, 박래웅 아주대의대 의료정보학교실 교수, 이명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국가연구개발분석단장, 박소라 인하대의대 의학전문대학원장, 오일환 가톨릭의대 기능성세포치료센터 소장, 정은영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 전진한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김장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장, 강경선 첨단재생의료산업협의회 부회장, 최성락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 김강립 복지부 차관, 김세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변재운 국민일보 사장,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이기수 쿠키뉴스 이사. 이병주 기자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각광받는 재생의료를 정부가 적극 지원해 이 분야의 국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성분 변경으로 품목 허가가 취소된 ‘인보사 사태’로 국내 재생의료계가 다소 위축됐지만 시장을 선점하려는 각국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재생의료는 치료용 세포와 조직을 만들어 손상된 인체 부위의 재생을 촉진하는 의료기술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 컨벤션홀에서 16일 국민일보·쿠키뉴스 공동 주최로 열린 2019미래의학포럼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은 1부 주제인 ‘재생의료 어다까지 왔나-현재와 전망’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2011년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치료제를 승인하며 재생의료에서 한 발 앞서 가던 대한민국이 의약품 선진국의 본격적인 시장 진출로 다소 밀리게 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박소라 인하대의대 의학전문대학원장은 “2015년 이후부터 ‘CAR-T치료제’ 등의 세포·유전자치료제를 비롯해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면서 일본 유럽 미국에서 치열한 경쟁을 보이고 있고, 선진국은 세포치료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제조기술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며 “글로벌 재생의료산업이 태동기를 넘어 발전기로 진입하는 시점에서 국가 연구·개발(R&D)과 인허가, 보험급여정책 수립 여부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에 따르면 일본은 2013년 5월 재생의료 R&D부터 실용화까지를 망라한 종합대책을 수립해 재생의료 제품이 조기에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조건부 허가제’를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안전성이 확보되도록 세포배양 가공시설의 기준과 허가 등의 절차도 마련했다. 그 결과 재생의료법 제정 전에 각각 65건, 4건에 불과했던 임상연구와 임상시험 건수가 1년 만에 108건, 35건으로 증가했다. 허가 제품도 2개에서 4개로 늘었다.

2011년 11월 모든 줄기세포 임상연구를 중단시킬 정도로 강한 규제를 가하던 중국도 2015년 줄기세포 제품 품질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했고 2016년 현재 30개 병원에서 세포치료제 임상연구를 시행하고 있다.

강경선 첨단재생의료산업협의회 부회장은 “재생의료는 전 세계가 직면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고 난치병, 불치병을 고쳐 국가 의료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일자리 창출까지 기대할 수 있다”며 “재생의료산업을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규제를 혁파해나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5월 바이오헬스산업을 ‘3대 신산업’으로 선정하며 2030년까지 제약, 의료기기 세계 시장 점유율 6% 달성, 500억 달러 수출 목표, 5대 수출 주력 산업으로 육성 등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추진하는 첨단재생의료 및 바이오의약품법은 3상 임상시험의 적용 기준을 완화해 제품이 빠르게 시판될 수 있도록 하는 ‘조건부 허가’와 치료제를 사용한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 추적 조사를 실시함으로써 안전성을 확보하는 안을 담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전진한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무분별한 규제 완화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부실 허가가 만들어낸 결과가 ‘인보사케이주’이고 이는 한국 재생의료의 현주소를 보여줬다”고 했다. 그는 “전 세계 줄기세포치료제 8개 품목 중 4개가 국내산인데 모두 임상시험 참가자가 100명을 넘지 않고 외국 허가를 획득한 것도 전무하다”며 “제약업은 사람에게 직접 적용되는 공공적 산업이므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약품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게 진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은영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은 “국민의 치료 기회를 확대하고 전 세계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첨단 기술을 이용한 의약품 개발이 더 늦어져선 안 된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했다. 이어 “안전한 제품을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체계를 촘촘히 갖추는 게 정부 역할이고 이런 체계가 궁극적으로 기술 경쟁력으로 연결돼 재생의료산업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국내 재생의료 연구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장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장은 “국내 재생의학의 산업화 성과는 주로 중간엽줄기세포(MSC)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손상된 조직과 세포를 직접 치환하는 재생의학적 효과를 얻으려면 MSC뿐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줄기세포 활용 연구가 추진돼야 한다”며 “특히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개발하고 분화 기술을 고도화하는 연구·개발이 요구된다”고 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