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끈 달아오른 은행-통신사 ‘협업’… 고객 유치전 ‘윈·윈’

입력 2019-07-14 23:48

은행과 통신사의 ‘밀월(蜜月)’이 뜨겁다. 특정 통신사 고객에게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적금상품을 내놓는가 하면, 아예 통신사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신분증(DID)’ 사업에 나서기도 한다. 은행과 통신사의 결합은 고객유치전에서 둘 다 승리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한층 주목을 받는다.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 12일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와 블록체인 기반 DID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르면 내년부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 고객이 직접 신원증명을 할 수 있게 된다. DID는 고객들이 스마트폰에 자신의 개인정보를 가지고 다니면서 은행 중앙서버를 거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신원증명을 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인증방식이다.

예를 들어 한 블록체인 플랫폼에 A은행과 B통신사가 들어가 있다면 A은행에서 신원증명을 마친 고객은 B통신사에 신규 가입할 때 잡다한 증명서를 내지 않아도 된다. DID는 기업의 채용시스템, 병원과 보험의 제증명 서비스에까지 널리 이용될 수 있다. 사업 확장성이 무궁무진한 셈이다. 은행과 통신사가 기꺼이 ‘모바일신분증 동맹’을 맺은 이유다.

시중은행은 올해 상반기 비대면 서비스 강화에 전력투구했다. 다만 대출에서 2% 부족했다. 대출 시 신원증명이 비대면으로 이뤄지지 않아서다. 간편대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뿐더러 신용위험을 떠앉고 싶지 않은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들이 비대면 간편대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카카오뱅크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지난 11일 1000만 고객을 달성했다.

은행들도 반격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소득정보나 금융거래 이력이 없는 ‘신파일러(thin-filer)’에게 통신 3사에서 제공하는 개인정보만으로 돈을 빌려주는 ‘우리 비상금 대출’을 내놨다. 신용평가사에서 휴대전화 기기정보, 요금 납부내역을 토대로 산정한 ‘통신사 신용등급(Tele-Score)’을 활용했다. 지난 11일 기준으로 최저금리 연 3.84%이고 300만원까지 대출 가능하다.

은행과 통신사의 손잡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KB국민은행은 하반기에 ‘알뜰폰 사업자(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로 나설 예정이다. KB국민은행 유심칩이 들어간 스마트폰을 은행에서 파는 식이다. 기존 통신사의 이동통신망을 빌려 쓰기 때문에 통신요금도 저렴하다. 유심칩에는 KB국민은행 모바일뱅킹 앱이 기본으로 설치될 예정이다. 앱 가입자 수 늘리기에 유리한 것이다.

통신사와 ‘하이브리드 상품’을 내고 ‘대박’을 기록한 지방은행도 등장했다. DGB대구은행은 지난 5월 28일 SK텔레콤과 ‘티 하이파이브(T high5) 적금’을 내놨는데 출시 4주 만에 4만명이 가입했다. 이 적금은 기본 연 2% 이율로 SK텔레콤 고객에겐 2% 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얹어준다. 여기에 5만원 이상 요금제를 이용하면 1% 포인트 더 얹어준다. 이렇게 하면 최대 연 5% 금리가 가능해진다. 거대 통신사와 협업을 하면서 지방은행의 한계를 극복하기도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마다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다양한 영역에서 자연스럽게 ‘업종 파괴’ 현상이 일어난다”며 “일명 ‘하이브리드’ 상품은 계속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