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라파의집은 온정과 나눔이 깃든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한 집이었습니다.”
2008년부터 10년 넘게 혈액투석 치료를 받으며 생명을 이어온 만성신부전 환자 김미순씨. 집과 병원을 오가는 반복된 투병생활과 언제 병이 악화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매일 매일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제주 라파의집에 대해 알게 됐다. 혈액투석 치료를 받는 만성신부전 환자들을 위해 제주에 세워진 시설이다. 혈액투석 치료를 위해 이틀에 한 번꼴로 병원을 찾아야 했기에 제주 여행은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제주 라파의집에 투석병원과 숙박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다는 이야기에 김씨는 제주도로 향했다. 청정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제주도에 도착한 것만 해도 기뻤는데, 길게 늘어선 돌담과 싱그러운 귤밭이 어우러져 목가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제주 라파의집에 도착하자 설렘은 현실이 되었다.
“제주 라파의집은 단순한 시설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뭔가 다른 점이 있었어요. 많은 사람의 정성과 사랑으로 만들어진 어머니의 품 같은 포근함이 있었죠. 투병생활로 몸도 마음도 지친 환자들에게 위로를 건네주는 느낌이었어요.”
김씨와 같이 신장이 망가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일주일에 3번씩, 하루 반나절 정도를 혈액투석 치료에 매달려야 하는 만성신부전 환자들은 집과 병원을 오가는 오랜 투병생활에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목사)는 환자들에게 내일을 살아갈 희망을 찾아주고자 제주도 서귀포시에 라파의집을 개원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시설인 제주 라파의집에는 환자들을 위한 투석기계가 20대 설치되어 있고, 전문 의료진이 상주하며 환자들의 상태를 꼼꼼히 보살핀다. 1인실 숙소 54개로 최대 50명의 환자가 이용할 수 있다. 방마다 샤워실과 화장실이 갖춰져 있는 것은 물론 환자들을 위해 매일 아침, 점심, 저녁 건강한 식사 3끼가 제공된다.
혈액투석 치료가 없는 날에는 전용 버스를 이용해 제주 명소를 관광할 수 있다. 아울러 매주 수요일 예배를 드리고, 주일에는 차량을 이용해 가까운 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릴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있다. 제주도로부터 공식 승인을 받아 운영되는 제주 라파의집은 혈액투석과 숙식, 관광까지 모두 제공되는 만성신부전 환자들을 위한 시설이다. 현재까지 6000여 명의 환자가 다녀가며 오랜 투병생활로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해군 소령으로 근무하다 최근 은퇴한 이정덕씨는 제주 라파의집을 찾아 “방에서 창문을 열면 보이는 서귀포 앞바다와 라파의집을 감싸고 있는 월라봉 산책길을 가장 좋아한다”며 “이곳은 환자들을 위한 파라다이스”라고 소감을 전했다.
12년째 만성신부전 환자들을 위해 밤낮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제주 라파의집은 교회와 기업, 개인 후원자들의 온정이 모여 운영되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박진탁 이사장은 “제주 라파의집을 다녀간 환자들이 신장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기쁘다”며 “많은 분이 함께 힘을 모아주신 덕분에 환자들이 제주 라파의집을 통해 내일을 살아갈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라파는 히브리어로 ‘치료’를 의미한다”며 “이곳을 찾는 환자들이 한국교회의 사랑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치료하심을 경험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혈액투석을 받는 만성신부전 환자들이 8만5000여 명이나 된다. 신장을 이식받기 전까지는 끝없는 투병생활을 해야 하는 환자들이 제주 라파의집과 같은 곳에서 희망을 놓지 않고 내일을 살아갈 희망을 발견하게 되기를 바란다. 제주 라파의집 문의 064-767-1432.
박동윤 드림업 기자 cc621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