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 안에서 초병 암구호 확인에 응하지 않은 ‘거동수상자’를 놓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부대 간부는 부하 병사에게 ‘허위자수’를 하도록 해 사건을 덮으려 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달 북한 목선 ‘입항귀순’ 때 축소·은폐 의혹을 받았던 군 기강이 무너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야당의 정경두 국방부 장관 사퇴 요구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군은 “지난 4일 오후 10시2분쯤 해군 2함대사령부 내 합동생활관 뒤편 이면도로를 따라 병기탄약고 초소 쪽으로 뛰어가는 인원이 초병의 암구호 확인에 응하지 않고 도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12일 밝혔다. 모자를 쓰고 가방을 멘 이 거동수상자는 세 차례 초병의 암구호 확인에 응하지 않고 달아났다. 도주하던 중 랜턴을 두세 차례 켜기도 했다. 당시 해군은 기동타격대, 5분 대기조 등을 투입했지만 용의자를 찾지 못했다.
부대 자체 조사 중 한 수병(병장)은 “내가 그 거동수상자였다”고 자수했지만, 그 이후 헌병수사 과정에서 말을 바꿔 “허위자수를 했다”고 진술했다. 수병은 A소령이 허위 진술을 제의해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지휘통제실에 근무하는 A소령은 부대원들을 모아놓고 ‘누가 자수해주면 편하게 될 것 아니냐’며 허위자수를 제의했다. 전역을 2개월 앞둔 수병이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손을 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지시로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장을 포함해 8명을 현장에 보내 조사에 착수했다. 해군은 “이 상황은 초병 증언과 주변 정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외부로부터 침투한 대공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며 “부대원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부대 CCTV와 울타리, 해안 등을 점검했지만 외부에서 침투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가짜 자수를 시키는 엉터리 같은 짓을 하다가 발각된 것”이라며 “엄중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은 “부대 골프장 입구 아파트 울타리 아래에서 ‘오리발’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어 “군은 골프장 근무자의 오리발로 판단해 자체적으로 조사를 종료했다”며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해군 관계자는 “이 오리발은 2함대 체력단련장에서 발견됐으며 해저용 개인장비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엔 강원도 고성에서 북한 소형 목선이 침수된 상태로 발견됐다. 목선에서 그물이 발견됐지만 북한 선원이 타고 있지는 않았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