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C “우리 정부 대북제제 위반 거론 日 발언 무책임”

입력 2019-07-13 04:02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인 청와대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12일 오후 춘추관에서 일본 수출규제 조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2일 ‘한국의 대북제재 위반’을 시사하는 일본 고위 인사 발언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이 사안에 대한 국제기구 조사를 의뢰하자고 일본에 제안했다. 한·일 양국 위반 사례를 함께 조사해 우리 정부의 잘못이 없을 경우 일본이 경제보복 조치를 철회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그동안 한·일 양국 관계를 감안해 대응 수위를 조절했던 정부가 ‘국제기구 조사’ 카드를 꺼내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김유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불필요한 논쟁을 중단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전문가 패널 또는 적절한 국제기구에 한·일 양국의 4대 수출통제 체제 위반 사례에 대한 공정한 조사를 의뢰하자”고 밝혔다.

김 사무처장은 “조사 결과 우리 정부의 잘못이 발견된다면,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사과하고 시정 조치를 즉각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 정부의 잘못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에 대한 사과는 물론 보복적 성격의 수출규제 조치도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무처장은 “일본의 위반 사례에 대한 철저한 조사도 실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4대 수출통제 체제에서 대부분의 가입국은 우리와 유사하게 자국의 전략물자 밀반출 적발 사례를 대외에 공개한다”며 “일본도 그런 조치를 통해 수출통제 제도를 투명하게 운용하고 있는지 자문해보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사무처장은 “최근 일본 고위 인사들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우리 정부의 수출 관리 위반과 제재 불이행을 시사하는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것에 매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대북제재를 비롯한 수출통제와 관련한 국제규범을 철저히 준수해왔는데도 일본 고위 인사가 근거 없는 주장을 편다는 취지다.

김 사무처장은 “한국 정부는 유엔 회원국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철저히 준수해왔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미·일은 긴밀한 공조 하에 해상 불법 활동을 철저히 감독했고, 지난 2년간 한국은 3국 중 유일하게 불법 환적이 의심되는 선박 6척을 최대 1년 반 이상 억류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전문가인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부당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미국 중재를 끌어내는 ‘외교적 해법’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제기구 조사 카드를 꺼내 일본을 압박하려는 포석이다.

김 사무처장은 김 차장의 미국 방문에 대해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미국 측과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품목인 불화수소(에칭가스)를 한국 기업에 공급할 수 있다고 최근 한국 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안이 성사될 경우 일본이 불화수소 수출을 규제하더라도 이에 대한 대체재가 마련되는 것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