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최저임금 참사” 격앙… 경영계 “경제활력 기대”

입력 2019-07-13 04:03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최저임금위원회의 투표 결과가 12일 정부세종청사 회의실 모니터에 표시되고 있다. 사용자 위원이 제안한 8590원이 15표로 가장 많은 표를 얻어 내년 최저임금으로 채택됐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가 12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2.87%로 결정한 것은 최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 불황의 주범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이에 청와대와 정부의 ‘속도조절론’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은 어렵다는 고백을 대통령께서 일찍이 국민들에게 드렸고 그때 사과도 드린 바가 있다”며 “사실은 그 시점부터 속도조절은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제는 무조건 최저임금 인상에만 집중할 시기는 아니라고 본다. 주 52시간, 비정규직 문제 등 경제노동계에 여러 가지 현안이 있다. 노사가 조금씩 타협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주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앞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선 궤도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임금 인상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보긴 어렵다. 지원하고 도와주고 싶은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대해 신경을 쓰고, 성장정책을 회복해 기업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해 노동계는 ‘참사’라고 강력반발하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은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경제 공황 상황에서나 있을 법한 실질적인 최저임금 삭감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또 “정부는 저임금 노동자의 절규를 짓밟고 최저임금이 가진 의미를 뒤집어 끝내 자본의 편으로 섰다”며 “철저히 자본 편에 서는 데서 나아가 정부가 가진 권한으로 최저임금 포기와 소득주도성장 폐기를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특히 “저임금 노동자와 함께 노동개악 분쇄를 위해 총파업을 포함한 전면적인 투쟁을 조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국노총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7%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2.75% 이후 가장 낮은 인상률”이라며 “이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1만원 실현도 어려워졌고, 노동존중 정책, 최저임금 1만원 실현, 양극화 해소는 완전 거짓 구호가 됐다”고 비판했다.

반면 경영계는 선방했다는 분위기 속에 ‘동결’에 이르지 못한 것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2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29%에 달하면서 최저임금 수준은 이미 중소·영세기업의 지불능력을 넘어섰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업종별·지역별로 일률적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불합리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경영계로서는 부담이 가중된 수준이지만 어려운 국내의 경제 여건에서 파국을 피하기 위해 국민경제 주체 모두 힘을 모아 나가야 하는 차원에서 감당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도 긴급 입장문을 내고 “중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절실히 기대한 동결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아쉽고, 안타까운 결과”라면서 “향후 최저임금위가 기업의 지급능력을 고려한 업종별·규모별 구분 적용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논의할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은 “우리는 이미 주휴수당을 포함시킨 최저임금 1만30원을 주고 있고, 이를 어기면 처벌받는 상황”이라며 “1만30원의 2.9%는 이미 큰 금액”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임세정 박구인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