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8590원… 1만원 공약 사실상 ‘물거품’

입력 2019-07-13 04:06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8590원으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한다는 문재인정부의 공약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3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0년도 최저임금을 올해(8350원)보다 2.87% 오른 8590원으로 하는 안을 의결했다. 올해보다 240원 오르는 것이다.

최저임금위는 노동자위원들이 제시한 8880원 안과 사용자위원들이 제시한 8590원 안을 표결에 부쳤다. 재적인원 27명 중 노동자 위원 9명, 사용자 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전원이 표결에 참여했다. 8590원 안은 15표, 8880원 안은 11표, 기권 1표로 사용자위원들이 제시한 안이 확정됐다.


이번 인상률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7%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2.75% 이후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 박근혜정부 시절 최저임금이 해마다 7∼8%씩 오른 것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의결한 2018년도 최저임금(7530원)의 인상률은 16.4%였고 올해 인상률은 10.9%였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대폭 내려간 것은 최근 경기침체와 고용불황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그동안 거론해온 속도조절론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최근 어려운 경제 여건에 대한 정직한 성찰의 결과”라며 “직면한 현실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고용노동부 장관은 내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고시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확정 고시하는 과정에서 노·사 단체 대표자뿐 아니라 청년, 중장년, 여성,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최저임금에 직접 영향 받는 분들의 의견까지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최저임금 시간당 8590원이 결정됨에 따라 내년에 임금을 올려야 하는 노동자를 최대 415만명으로 추산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