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흐름이 심상치 않다. 원·달러 환율은 상반기에 미·중 무역분쟁,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의 금리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출렁였다. 최근에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원화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수출 감소, 경제성장률 둔화 같은 경기 부진 요인이 겹치면서 원화 가치는 더 떨어진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환율 쇼크’ 그림자가 국내 금융시장에 어른거린다.
1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원 오른 1181.6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최근 일주일 사이에 24원이나 치솟았다. 환율은 2분기에 롤러코스터를 탔었다. 지난 4월 초 1130원대였던 환율은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5월 중순엔 1195.5원까지 뛰었다. 지난달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을 재개하면서 불안심리가 일부 해소돼 1155.5원까지 떨어졌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일본 경제보복’이 불거지면서 1182원으로 급등했다.
환율의 불안한 발걸음은 지표로도 드러난다. 한국은행은 ‘6월 이후 국제금융 외환시장 동향’을 발표하고 환율의 전일 대비 평균 변동폭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일 종가 대비 당일 종가 평균 변동폭은 지난 4월 3.3원에서 5월 3.5원, 지난달 3.7원으로 커졌다. 외환시장의 ‘널뛰기’가 심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환율 변동률은 한국이 0.32%로 중국(0.14%) 인도(0.20%) 인도네시아(0.23%) 등 주요 아시아 신흥국보다 높았다.
원화 가치의 절하폭도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크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원화는 달러 대비 2.3% 절하됐다. 유로(-0.5%), 영국 파운드(-0.3%), 일본 엔(-1.2%), 중국 위안화(-1.9%) 등 주요국 통화도 가치가 낮아졌지만 절하 폭은 원화보다 적었다.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원화 가치가 더 낮아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은은 “미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 등으로 큰 폭 하락했다가 이달 들어 달러화 강세, 국내 수출지표 부진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조심스럽다. 현재로서는 환율이 안정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분위기는 낮다. 7개월 연속 감소한 수출의 반등 가능성이 낮고, 무역분쟁 등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외환시장 변동성이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다만 한 달여 전 발생했던 ‘환율 쇼크’가 재현될지에 대해서는 신중하다.
일부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170~1185원 사이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관측한다. 일본의 추가 수출규제 악재가 터질 경우 1185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수석연구원은 “한동안 환율의 상승 압력이 높을 것으로 본다. 환율 전망을 1180원대 중반까지 열어놓고 있다”며 “시장에서 악재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 해소되지 않는 한 1170원 아래로 내려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하반기 들어서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외 불확실성 요인이 남아 있어 변동성이 아주 낮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한국 관련 악재들이 시장에 이미 많이 반영된 데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 위험 회피심리를 낮추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원화 변동성이 증폭되는 국면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재찬 최지웅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