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디자이너 영입한 현대차 “글로벌 경쟁력 높일 것”

입력 2019-07-11 04:06
서주호 현대디자인이노베이션실 상무

글로벌 시장에서 디자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또 다시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영입하며 한 단계 도약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독일 BMW 등에서 활약해 온 서주호(47) 디자이너를 현대디자인이노베이션실 상무로 영입했다고 10일 밝혔다.

서 상무는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미국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한 서 상무는 1999년 GM에 입사해 내외장 선행 및 양산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서 상무가 외장 디자인을 맡았던 콘셉트카 ‘그래니트’가 2010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올해의 디자인’에 선정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GM에서는 이상엽 전무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 전무

2012년부턴 BMW에서 선행 디자인을 담당하며 BMW ‘X5’, ‘X6’, 3시리즈와 8시리즈 등의 선행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2015년에는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NIO의 창립 멤버로 합류해 수석 외장디자인 담당을 맡았다. 슈퍼 전기차 ‘EP9’, SUV ‘ES8’, 콘셉트카 ‘ET 프리뷰’ 등을 탄생시켰다.

서 상무는 오는 16일부터 현대차에 합류한다. 미래 디자인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 혁신기술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행 디자인 혁신을 주도하는 것이 그의 임무다. 양산차 선행 디자인 외에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디자인 솔루션을 제시하고 디자인 외 영역과의 융합, 협업을 도모하는 역할도 맡는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기아차 디자인담당 부사장

서 상무가 합류함으로써 현대차그룹은 벤틀리 출신 루크 동커볼케 디자인담당 부사장, GM 및 벤틀리에서 경력을 쌓은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 전무, 폭스바겐 출신 사이먼 로스비 현대스타일링담당 상무와 함께 ‘디자인 콰르텟’을 완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이먼 로스비 현대스타일링담당 상무

동커볼케 부사장을 비롯한 디자인 수장들은 최근 현대차그룹이 선보인 콘셉트카들을 진두지휘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4월 ‘2019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제네시스 브랜드가 전기차 기반 콘셉트카 ‘민트 콘셉트’를 세계 최초로 선보일 당시 동커볼케 부사장은 “민트 콘셉트는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미학을 절제되고 정제된 디자인 언어로 시각화해 표현한 작품”이라며 “전통적인 비율을 진보적인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결합한 새로운 도시의 아이콘”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신형 ‘쏘나타’와 제네시스 ‘G90’을 소개하는 자리에서도 동커볼케 부사장과 이 전무는 직접 나서서 신차의 디자인 방향과 의미를 설명했다.

이 같은 적극적인 외부 인재 영입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체제 이후 그룹 내 분위기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최근의 연구개발본부 조직 개편이나 복장 자율화, 불필요한 절차를 생략하도록 보고체계 등 자유롭고 빨라진 내부의 ‘리듬’은 조직의 체질을 개선하려는 정 수석부회장의 전략들이다. 디자인에서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그룹은 요즘 출시되는 차들의 경우 부분변경 모델에도 신차급 내외관 변화를 주며 디자인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예전과 비교해 많은 부분에서 빠르고 자유로워지고 있다”며 “업무 면에서도 각각의 영역에 자율성을 많이 부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