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MB 때 없어졌던 ‘대북 식량지원 상황실’ 부활

입력 2019-07-11 04:05

농림축산식품부에 ‘대북 식량지원 상황실’ 현판이 걸렸다. 대북 식량지원 상황실이 설치되기는 9년 만이다. 상황실은 국제기구를 매개체로 삼아 원조하는 5만t의 쌀이 차질 없이 북한에 전달되도록 준비하는 역할을 맡는다. 쌀을 실어 나를 배편이 확정되면 1~2개월 동안 활동한다.

10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대북 식량지원 상황실은 지난 5일 식량정책관실에 설치됐다. 파란 현판에 하얀 글씨를 세로로 아로새겼다. 지난달 19일 통일부가 대북 쌀 지원을 공식화한 뒤 10여일 만이다.

대북 식량지원 상황실은 김영상정부 때인 1995년 처음 설치됐었다. 이후 인도적 목적의 식량 지원이 이어지면서 2007년까지 매년 가동됐다. 부침을 겪기 시작한 건 이명박정부 때다. 2010년을 마지막으로 명맥도 끊겼다. 경색된 남북 관계와 대북 제재 같은 대외여건이 맞물리면서 더 이상 가동할 기회가 없었다.

9년 만에 부활한 대북 식량지원 상황실은 임시기구지만 막중한 역할을 맡는다. 양곡이 잘 전달되는지 관리하게 된다. 정부가 비축하고 있는 벼를 도정하는 작업에서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2017년에 수확한 벼를 창고에서 꺼내 ‘먹는 쌀’로 가공하는 것이다. 이 작업이 끝나면 포대에 담는다. 포장한 쌀은 정부와 계약한 택배회사를 통해 운송된다.

과거와 다른 점은 이번에는 쌀을 북한에 직접 전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공여하는 형태를 취하기로 했다. 국제기구를 통한 쌀 공여는 이번이 처음이다. 운송은 배편으로 하고, 인도 방식은 본선인도조건(FOB)으로 정했다. FOB란 약속한 화물을 선박에 선적하는 과정까지만 관여하는 무역상거래 방식이다. 대북 식량지원 상황실 업무도 여기까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군사분계선으로 실어 나른 뒤 직접 주기도 해서 마지막 전달까지 지켜봤지만 이번에는 선적까지만 모니터링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대북 식량지원 상황실은 본격 가동되지 않고 있다. 통일부와 WFP가 구체적 업무협약을 마무리 짓지 못해서다. WFP는 5일 선박 입찰을 발주했다. 선박이 확정되는 대로 업무협약을 끝낼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 주 중부터 본격적으로 모니터링을 시작할 것”이라며 “도정 작업 등을 고려하면 1개월에서 2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