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만에 2조원대 무기 판매 강행… 중국 흔들기 파상 공세

입력 2019-07-10 04:09
미군 주력전차 M1A2 에이브럼스의 모습. 미 국무부는 최근 에이브럼스 전차의 대만 수출형인 M1A2T 108대의 대만 판매를 승인했다. 연합뉴스

미·중 무역전쟁은 휴전을 맞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중(對中) 파상 공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홍콩 시위대 편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데 이어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조원대 규모 무기를 대만에 판매할 계획이다. 전임 행정부가 어느 정도 존중해줬던 ‘하나의 중국’ 원칙을 노골적으로 흔들며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다.

미 국무부는 M1A2T 에이브럼스 전차 108대와 스팅어 휴대용 대공미사일 250기 등 22억 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의 무기를 대만에 판매하는 국방부 안을 승인했다고 로이터통신과 CNN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국무부는 의회에 대만 무기 판매를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의회는 표결을 거칠 예정이지만 부결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만 정부는 감사를 표시했다. 대만 총통실은 “심심한 사의를 표명한다”며 “대만은 국방 투자를 가속화하는 동시에 미국 및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중국의 내정에 난폭하게 간섭하고 중국의 주권과 안보 이익을 침해했다”며 “중국은 강한 불만과 반대를 표시하며 이미 미국에 엄중 항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즉각 무기 판매 계획을 취소하고 미국과 대만 간 군사 교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무기 판매는 대만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 3월 워싱턴 방문 당시 미국 정부가 무기 판매에 긍정적인 뜻을 표명했다고 전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미국 무기 구입은 대만의 육상·대공 방위 능력을 향상하고 군대의 사기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만 방위 공약을 세계에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이번 무기 판매는 군 현대화와 신뢰할 만한 방위 능력 확보를 위한 대만 정부의 노력을 뒷받침한다”며 “미국의 경제적, 안보적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DSCA는 그러면서 “이번 무기 판매가 성사되더라도 대만 주변 지역의 군사적 균형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이후 미국이 대만에 수출한 무기는 150억 달러(약 17조7000억원)에 달한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도 대만 관계법을 제정해 대만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함께 만들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역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면서도 대만에 대한 안보 지원은 계속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대만과 더욱 밀착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중 수교 이래 40년 가까이 금기시됐던 행동들을 서슴지 않으며 ‘하나의 중국’을 노골적으로 흔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당선인 신분으로 차이 총통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중국의 격렬한 반발을 샀다. 지난해에는 미·중 수교 이후 중단됐던 미국과 대만 공직자의 상호 교류를 허용하는 대만 여행법에 서명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대만을 ‘국가(country)’로 언급함으로써 ‘하나의 중국’ 원칙을 사실상 부정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국무부가 홍콩 시위대의 편에 서서 입장을 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대만은 물론 홍콩과 마카오에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