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코노미’가 바꾼 유통·식품업계 풍경… 소포장 제품 ‘봇물’

입력 2019-07-11 21:54
1인 가구가 늘면서 유통·식품 업계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소포장 과일·채소가 잇달아 출시되는가 하면 생활가전은 1인 가구 생활 방식에 맞춰 작아졌다. 이른바 ‘일코노미(1인 가구와 이코노미의 합성어) 시대를 겨냥한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1인 가구가 활성화하면서 소포장 상품과 가정간편식(HRM)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이마트가 1인 가구를 겨냥해 출시한 나혼자 수박. 이마트 제공

이마트는 지난달 판매를 시작한 ‘나혼자 수박’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증가했다고 8일 밝혔다. 나혼자 수박은 1팩에 600g 내외인 소포장 수박이다. 수박 한 통을 통째로 사면 다 먹기 힘든 1인 가구 소비자들을 위해 출시했다. 이마트는 2017년에도 ‘반쪽 수박’과 ‘4분의 1쪽 수박’을 내놨다. 이런 ‘조각 수박’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60% 신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1인 가구 및 2인 가구 증가를 이유로 굴비 세는 단위를 두름(20마리)에서 엮음(14마리)로 바꾸기도 했다.

밥솥 크기도 작아지고 있다. 이마트가 2017년부터 3년간 전기밥솥 매출을 분석한 결과 올해 3인 이하 밥솥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매출도 9% 성장했다. 이마트는 “집에서 밥을 해 먹는 인구가 줄어들면서 밥솥 전체 매출이 감소하는 것과는 대비된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또 1인용 미니블렌더와 전기포트도 선보일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이 비상시에 먹던 햇반을 항상 먹는 일상식으로 접근한 새 광고 장면들. 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이 이달부터 선보인 햇반 광고컨셉은 식품업계 1인 가구 마케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햇반은 이 광고에서 ‘어느새 밥하지 않는 집이 늘어갑니다’고 말한다. 과거 전통적인 가정에서 햇반은 따로 식사할 때나 먹던 ‘비상식’이었다. 하지만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식사할 때마다 즐기는 일상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의미다.

보양식은 가정간편식(HRM)으로 진화했다. 1인 가구에서는 과거만큼 정성 들여 직접 보양식을 만들어 먹기 어렵기 때문이다. SSG닷컴에서 지난달 4일부터 지난 3일까지 보양식 매출을 분석한 결과 삼계탕 갈비탕 장어요리 전복죽 등 보양식 매출이 전월 같은 기간보다 70% 이상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생닭, 사골, 전복 등 원물 식재료 매출 증가율은 20%대에 머물렀다.

생수 업계는 1인 가구 소비자를 위해 소용량 생수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기존 2ℓ 제품만 판매하던 농심 백산수 브랜드는 지난 1ℓ 제품을 새로 출시했다. 음료 업계도 ’소용량’이 대세다. 롯데칠성음료 ‘칠성사이다 미니’는 지난해 약 230만캔 팔렸다. 2017년에 비해 200% 성장했다. ‘펩시콜라 미니도 150만캔이나 팔렸다. 2016년 이 제품을 출시할 당시에는 어린이와 여성 소비자가 주 타깃이었다. 그러나 1인 가구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용도가 변경됐다.

1인 가구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일코노미 제품은 앞으로도 꾸준히 사랑받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000년 222만 가구에서 2017년 561만 가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오는 2045년에는 809만 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